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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랭·사인」속 마지막 만찬|북적 대표들 백 국회의장 주최 세종 호텔 「파티」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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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일 하오 7시8분 세종 호텔 3층 해금강 「홀」에서 백두진 국회의장 주최로 북적 대표단 일행을 위한 만찬이 있었다.
북적 대표단 일행은 백두진 의장과 정해영·장경순 부의장의 영접을 받았다.
진홍색 「카피트」가 깔린 약 1백50평의 「홀」 은 두 군데로 나뉘어 만찬에 앞서 20여분간 「리셉션」을 가졌다.

<북한 기자 김태희에 “말씀 좀 하십시오”>
백두진 의장 등 국회 인사들은 김태희 단장·주창준 부단장을 중심으로 남북 의회의 운영을 두고 서로의 운영 체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태준 국회 운영 위원장이 김 단장에게 『그곳의 국회 격인 최고 인민 회의는 1년에 몇 번 열리느냐』는 말에 이를 잘 못 알아들은 주창준 부단장은 『5일 가량 열린다』고 대답.
재차 1년에 몇 번 열리느냐고 묻자 『여러 번 열린다』고 얼버무렸다.
같은 질문을 받은 김 단장은 『일이 있을 때마다 소집하여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광 신민당 총무가 김 단장 곁으로 찾아가 『또 만나 반갑습니다』고 반겨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문 운영 위원장이 김 단장에게 『이 사람이 우리로서는 골치 아픈 사람입니다』며 소개했다.
김 단장은 이 말을 받아 『여·야간에도 공통점을 찾으면 잘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인사에 대신했다.
김재광 총무는 『사실은 남북적 회담 때문에 우리 당의 정책 목표였던 8·3조치의 추궁 문제 등을 그대로 휴전을 했다』고 말하고 『외교·국방 문제에 대해서만은 여·야 없이 잘 협조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단장은 『지금의 중대사는 조국 통일』이라고 응수했다.
백 의장 김태희 단장 주창준 장 부의장이 한곳에 어울려 술잔을 부딪고 있자 한 북한 「카메라맨」은 김 단장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말씀 좀 하세요』하며 「포즈」 취하기를 권하기도.

<"습관 돼서"라는 말|"보도 왜곡" 항의도>
한편 양흥모 한적 자문위원과 얘기를 주고받던 북적 윤기복 자문위원은 취재 기자를 붙잡고 『어제 영빈관 취재에도 나왔었느냐』고 묻곤 『내가 어제 이후락 선생 등 고위급 인사들과 나눈 말이나 정확을 기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신문에 「습관이 돼서라는 등」 대서 특필로 비뚤게 보도 돼서야 되겠는가. 말을 길게 하면 또 정치 연설한다고 할 테니 길게 얘긴 않겠다.
체제가 다른 만큼 각자 소신대로 말하는 것이므로 내가 김일성 수상님 사상 이론가로서 그분의 말씀을 인용할 때 자연 자기 소신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 아니냐』며 보도 내용이 왜곡됐다고 항의했다.
그는 또 이를 해명키 위해 『국내외 기자들을 모아놓고 말하기도 뭣하고 30∼40도 정도 남의 말을 비틀어 놓으면 이상하게 전달된다』고 했다.
곧이어 7시30분부터 국향 실내 악단이 「서울의 찬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만찬에 들어갔다. 8시15분 백 의장이 일어나 환영사에서 『주변을 둘러 보십쇼. 너무나 닮은 얼굴입니다. 상봉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며 만나야할 사람들이 만난 것』이라고 말하자 실내에 박수가 터졌다.
이어 김 단장의 답사가 끝난 다음 일제히 「테이블」에서 일어나 샴페인으로 건배했다.

<꽃병 등 선물 교환 때 빠진 사람 것 추가도>
김 단장은 미리 준비된 도자기 꽃병, 「티·세트」, 인삼주, 담배 등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에게 선물했고 백 의장도 김 단장에게 대형 자개 화병을 선사했다.
잠시 후 양당 원내 총무의 선물이 빠진 것을 안 김 단장은 다시 일어나 선물을 두 분에게 추가한다고 하여 웃음이 터졌다.
윤기복은 김형일 신민당 사무 총장 김재광 총무 김창근 재무위원장이 앉은 옆자리로 찾아가 함께 건배하기도 했다.

<“긴급 재정 명령 잘 돼갑니까”>
이 자리에서 윤은 김재광 총무에게 『긴급 재정 명령 문제는 잘 돼갑니까』하고 묻자 김 총무는 옆자리의 김창근 의원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주역예요』하며 소개하고는 『오늘밤 별 약속이 없으면 우리하고 함께 놀러 가자』고 말하기도.
9시 「올드·랭·사인」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단장이 『11월 달에 다시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기복은 작별 인사에서 만나는 국회의원마다 『평양에 한번 오십소』하며 말했고 현오봉공화당 총무가 김병식 자문위원에게 『재일 조선신보 오기옥 기자가 한 고향 사람 (제주) 이니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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