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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 마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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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9일 침술 마취에 의한 수술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행해졌다. 중공·일본·미국에 이어 네번째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한다.
침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있던 의술이다. 그게 서양의약의 전래와 더불어서 어느덧 점술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던 이유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인체에는 1년의 일수에 대응되는 3백65개점이 있다고 하는 것부터가 좀 허망한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건강할 때 육체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또 「기」라는 「에너지」가 순조롭게 흐르고 있다. 이것이 막혀 조화를 깼을 때 병이 생긴다.
따라서 기의 흐름이 통하는 신체상의 7백 개의 요점에 침을 놓아 다시 원활하게 만들면 병이 낫는다는 것이 침술의 기본 원리다.
이것이 마술이니 미술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신통하게도 잘 듣는다. 그래서 중공에서는 49면 이후 모든 구습을 다 추방한다 하면서도 오히려 침술만은 적극 장려했다. 오늘날 중공의 모든 공립병원에는 양의부와 한의부 등 두 부서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에서 침술이 유행되기는 「올더스·헉슬리」가 이를 예찬하는 글을 쓴 다음부터의 일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침술이 서양 의학계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50년대 초기에 수백 명의 「프랑스」의사들이 월남에서 본국으로 철수한 다음부터였다. 이제 침술은 「파리」의과 대학의 공인을 받고있다. 그리고 침술의 세계적인 권위로 알려진 「하노이」의과대 학장은 「파리」외과대학의 교수로 임명된바 있다.
특히 「마르세유」대학의 「모리스」박사는 지난 5년 동안에 6백명 여의 절망적인 환자를 침술로 치료했는데 그 중에서 84%가 완치되거나 호전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침술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인 공인을 받고 있다. 「하리」라는 독특한 침술을 발달시킨 일본은 물론이지만, 「체코」의 의사들도 침술로 근육통을 치료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침술을 심장병 치료에 적용하고 있고, 「스페인」의사들은 침술만으로 피부병을 고치고 있다.
소련에서도 세 여의사가 56년 중공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본격적인 침술 연구에 들어가 「모스크바」·「레닌그라드」·「고르키」 등에 연구소를 세웠다.
미국에서도 지난 67년에 「아시아」학회 주최로 한의약 전시회를 연 다음부터 비공식적으로 유행을 타고있는 듯 하다.
이런 흐름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는 도리어 뒤져있는 셈이다. 전통적인 문화의 전승과 서구문화의 흡수에 대한 우리네 자세에 크게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 준 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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