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9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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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하필이면 독일땅 위에서 유대인이 다시 학살당하는 악몽 같은 사건이 벌어졌는지. 「뮌헨」의 하늘을 어둡게 만든 『검은 9월』의 「아랍·게릴라」들은 바로 그런 음산한 분위기를 의식하며 모사를 한 것 같다. 만국기가 나부끼는 「올림픽」은 아랑곳없다.
『검은 9월』이라고 불리는 「게릴라」들은 「아랍·게릴라」중에서도 「알·파타」계열에 속하는 극좌무리로 알려지고 있다.
「알·파타」(Al Fatah)는 「아랍」어로 「정복」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관련된 모든 대결에서 전천후의 승리를 「모토」로 하고 있다.
「알·파타」는 1956년 결성, 60년부터 반「이스라엘」파의 무력투쟁에 나섰다. 67년의 이른바 「6일 전쟁」이후, 이들은 투쟁을 강화하여 「팔레스티나·아랍」해방을 위한 민족자결의 최대한 경대로 앞장섰다. 이들은 중동의 화해를 끝내 반대, 오로지 피의 항쟁과 승리만을 외친다. 『검은 9월』단은 그 중에서도 이단아들의 「그룹」으로 『죽음 아니면 승리』를 고집한다. 「팔레스티나」해방운동은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동석의 여지도 없지 않다. 「이스라엘」은 이른바 「시오니즘」의 이름으로 나라를 세웠다. 1948년5월. 그 영토는 2년천의 선 주민인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은 자리로, 그 위에 기를 꽂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 영토를 차지한 것은 기원전 구약시대의 예언에 근거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사학자 「토인비」박사는 이것을 두고 『산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혹평한 일도 있다.
「팔레스타인」민족은 하루아침에 유랑민이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들은 「시리아」나 「요르단」을 전전하며 천막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동족간의 다른 체제에 떼밀려난 것이 아니고, 이 민족의 강점에 의해 밀려난 데에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다.
최근 해빙의 조류 속 중동의 화해기온이 드는 듯한 분위기는 「팔레스티나」인들에게만은 못 견딜 일이다. 그들이야말로 강국외교의 발길에 차여 영영 수복의 꿈이 사라질지도 모르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운동자들은 바로 이 점에서 불안과 초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아랍」세계가 「이스라엘」과 일전 불사해야 그나마 방향을 찾을 희망을 갖게된다. 「팔레스타인」의 모든 「게릴라」들이 세계의 도처에서 끊임없이 촉발을 일삼고 있는 것은 그들대로의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무분별 살인행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세계의 이성은 지금 「일촉즉발」의 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 피의 보복은 어느 쪽에서든 끝을 내야한다. 역사를 피로 기록하려는 생각이야말로 이제 전 내 인류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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