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속도 내는 무인지하철 시대 … 8호선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행)가 지하철 8호선 전동차를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공사는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산하 기술연구소에서 무인운전시스템 운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무인운전시스템은 기관사가 아닌 관제센터에서 열차 운행을 직접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8호선은 개통 당시부터 무인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실제로 무인운전을 해보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로 무인운전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2007년 10월에도 무인운전 지하철을 시험 운행하려 했지만 노조 측의 반발로 실패했다. 당시에는 승강장 내부에 스크린 도어 등이 설치되지 않아 승하차 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역내 스크린도어 설치사업이 완료돼 여건이 크게 변했다는 게 공사의 판단이다. 공사는 우선 노선 길이가 짧고 이용 인원이 적은 지하철 8호선에서 자동운전 도입 여부를 결정한 후 전 노선으로 확대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하철 8호선은 노선 길이 17km로 의정부 경전철을 제외하고 수도권에서 가장 짧은 노선이다.

 공사는 현재 매주 화요일 오후 두 차례씩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무인운전을 시험하고 있다. 공사가 무인운전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노무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공사 소속 전동차 기관사 3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노조는 1인 기관사 제도를 2인으로 전환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운영비용 급증을 이유로 노조 측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사는 자동운전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기관사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노조 측은 자동운전시스템 도입이 장기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인운전 지하철은 이미 국내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부산, 용인, 의정부 등 대부분의 경전철이 무인운전 시스템이다. 2011년에는 민간자본이 참여한 신분당선이 중전철 중 최초로 무인운전을 시작했다. 신분당선은 개통 후 지금까지 무사고·무재해 운행을 하고 있다. 신분당선은 노선 길이와 차량당 객차 개수(6개)가 지하철 8호선과 같다. 철도연구원 이영훈 연구원은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무인운전 지하철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운영비용 절감보다 인간의 실수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무인운전 지하철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