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통신 5억 5천만의 숨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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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도는 한 나라라기보다 차라리 하나의 세계. 우리 나라 남북한 전체의 13배가 넘는 3백4만6천평방km의 영토와 5억5천만의 인구라는 거대한 점에서도 그답지만 종족과 언어구성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수종족인 인도「아리안」족 「드라비다」족 「터키·이란」족 등이 쓰는 12개 언어는 정부공용어인 「힌두」어와 영어이외의 지방공용어가 되어있어 공용어만 14종이다. 이 밖에 작은 지방에서 쓰는 말까지 합치면 8백45종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단기간을 제외하고는 이 대륙을 한 왕이 완전히 정복한 적이 없었다.
3백년 가까이 인도를 통치한 영국이 행정부외상이 대륙을 하나로 묶어 통치했기 때문에 오히려 인도가 하나로 묶인 동기를 그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감을 불어넣는 총화작업이 눈에 보이지 않게 깔려 있다. 정부의 진보적인 정책발표와 현실은 적당히 거리가 있기는 하나 고질적인 분파요인인 「캐스트」제도, 종파주의, 언어주의의 타파는 헌법과 정부정책에 점차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국내적으로 이렇게 불만요인이 많은 거대한 나라가 이만큼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있는 사실은 놀랍다. 집권당인 국민회의당이 독립이전부터 인도를 줄곧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보수적 국민성과 광범위한 대화, 즉 정치적 반대의사까지도 포용한 국민회의당의 특유한 전통때문인 듯했다.
이러한 전통은 반대와 불만을 여과할 수 있었으며 계급사회의 구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지도층의 의사를 그대로 따를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나 빈부의 격차가 두드러진데다가 중산층이 크게 형성돼 있지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에 비해 도둑이 전무한 사실은 이채로왔다.
관광 「호텔」의에는 술도 팔지 않고 외국인을 위한 술집마저 접대부가 없다. 술을 삼가는 것은 수세기전 영국의 「스카치·위스키」에 매혹돼 영토를 팔아버린 많은 토후들의 실패를 경계하기 위해 「마하트마·간디」가 금주를 주장한 때문이라고 한다.
「뉴델리」시내에서는 사치스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아무리 부자라도 검소한 기품이 몸에 배 가진자에 대한 안 가진자의 저항이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기풍은 다양한 사회의 이질성을 덜어주고 있다.
요즘의 가장 고무적인 현상은 녹색혁명으로 알려진 식량증산. 인도는 오랫동안 식량부족으로 고민해왔다.
67년부터 본격화된 신종자 개발을 통한 곡물배가운동으로 71년에는 1억7백만t을 생산하여 식량 자급자족에 육박했다.
국가의 위신을 높이기 위한 중공업육성시책으로 「제트」기·「탱크」·대포·기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멀지않아 핵실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돌고 있다.
일본·중공과 함께 「아시아」의 3강을 노리는 5억5천만 인도인의 행진은 볼만한 점도 있으나 「캐스트」제도·인구과잉·종교적 분과주의·나태한 국민성 등 어려운 점이 너무나도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전통적인 「캐스트」제도는 사회적 근대화의 중대한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도 뿌리 깊은 「캐스트」제는 3천년전부터 생긴 것으로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브라만」「크샤트리아」「베이샤」「수드라」의 4성으로 나뉘고 이 「캐스트」에 오르지 못한 「불가족천민」이 있다.
약6천만명의 인도인들이 이 천민에 속하며 이들은 자기들끼리 따로 살고 있고 이들과의 접촉은 물론 쳐다보는 것조차 꺼리고있다.
「간디」수상은 이 오랜 악폐를 철폐하기 위해 불가족 천민출신의 「자그지반·람」씨를 국방장관으로 기용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캐스트」제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자연히 하층민들은 자기운명을 체념하고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의욕마저 상실하고있다.
인도정부는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85년까지 전인구를 6억7천만으로 고정시키려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의 증가율 24·6%를 이 수준으로 낮추려면 출산할 수 있는 임산부의 75%가 협조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인도의 경제성장은 이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힌두」 교율상 먹지 못하는 2억7천만두의 소를 먹이는 것으로 상살될 정도다.
「뉴넬리」의 교외만 나가면 거리중심에 소가 누워있어 차가 빨리 달리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언어문제도 공용어를 영어에서 「힌두」어로 대치하려다 이른바 언어폭동을 빚어 이를 보류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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