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뜨거운 동포애의 답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커다란 비극의 체험이 사람의 잠든 영혼을 일으켜 깨운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이다.
치른 수재의 비극도 관상대설치 이래 최대의 것이라 보도되고 있지만, 이재민 돕기에 나선 사회 각계 각층의 정성의 표시 또한 전례없는 크기와 넓이를 보여 주고있다.
이번 폭우피해의 참상이 알려짐과 때를 같이해서 시작된 본사의 의연금품 모집운동은 사흘만에 답지한 현금이 2천만원을 돌파, 나흘째 되는 오늘 23일 오전중에는 이미 3천만원대를 뛰어넘었다. 뿐만 아니라 기타 위문품으로도 의류만 5만점 이상이 기탁되었다.
이 같은 의연금품 모집운동은 본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언론기관들이 앞을 다투다시피 전개하고 있는바, 그 총액은 1억원대를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서민들은 어림대기도 어려운 거금을 선뜻 내놓은 기업인들의 결단도 장한 일이다, 하지만 정성의 표시에는 금액의 다과가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저마다 살림의 형편에 따라서 크고 작건 간에 제 분수에 맞는 한 푼의 돈, 한 벌의 옷가지, 한 봉지의 라면을 들고 찾아온 그 정성 하나 하나가 고마운 것이다.
특히 감격적인 모습은 유치원·국민학교 다니는 꼬마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지고 온 돼지저금통을 깨 내놓는 돈, 여공·구멍가게 아줌마·청소부아저씨들이 들고 오는 라면봉지·고무신 한 켤레 등에 담긴 알뜰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광경은 지금까지는 마치 빈말처럼 메아리만 졌던 동포애·인간애란 말이 느닷없이 실체가 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뜨거운 공감을 불러 일으켜 준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이재민 돕기 ?손금품 모집운동의 넓고 빠른 성과는 우리 사회와, 특히 한국사회 안에 터잡은 「매스컴」발전의 긍정적인 한 측면을 보여준 것으로 우리는 자부하고 싶다. 특히 수재민과 같이 뜬눈으로 밤을 새운 TV 「미디어」「종군기자」적 실황 보도는 수해를 직접 입지 않은 많은 시민에게까지 폭우의 참상을 동시적·가시적으로 실감시켜주는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된다. 이른바 「차가운」정보매체의 발달이 무관심한, 무관여의, 제삼자적인 인지만을 갖게 하는, 메마른 인간만을 산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실증한 셈이다.
오히려 정보매체의 편재는 동포며 이웃이다 하는 얼굴 없는 익명의 사람들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의 안방에서 서로 정감을 나눌 수 있도록 피가 통하는 사람의 호흡을 체감케 해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집을 잃고 불편한 수용소에 「고립」되어있는 이재민들도 그런 뜻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고 우리는 격려하고 싶은 것이다.
폭우로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고 살림의 영점에서 재기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이재민들의 용기어린 노력을 우리는 주시하면서 수백수천만의 동포의 눈이 또한 이를 주시 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과 같이 있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이 비극을 의연한 의지로써 이겨내 주기를 같은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