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박약아의 지도|이들을 구별할 순 있지만 차별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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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신박약아의 문제는 이미 한국에도 전 인구의 0·3%인 9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한가정의 불행으로부터 사회의 문제로 바뀌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박아에 대한 사회적인 몰이해와 무시 그리고 이들을 위한 특수학교의 빈곤(전국에 10여 개교 뿐)은 더욱더 한국의 정박아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다음은 일본의 저명한 정박아 교육자인 「후꾸이·다쓰우」(복정달우)씨 (일 지양학원 원장)의 정박아지도에 대한 방한강연(19일 상오 10시 여성회관)을 간추린 것이다.
정신박약아를 돌보기에 앞서 우선 정박아도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의 얼굴이 저마다 다르듯이 정박아는 단지 지능이 보통사람보다 늦다는 특징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겐 구별은 있을 수 있지만 「차별」은 안 된다.
더욱이 그들의 부모를 비롯하여 모든 사회에서 이들을 포기하고 멀리하는 태도와 이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불행한 처지를 더욱 짓밟는 격이 된다.
정박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첫출발은 이것이 유전이나 혈통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부터 들 수 있다.
일본에는 현재 전 인구의 4·6%비율로 정박아가 태어나고 있다. 이것은 10년 전의 3·5%보다 1·l%가 늘어난 숫자인데 그간의 연구결과 80%가 후천적인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중증일 경우 유전성은 거의 없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박아를 가문의 커다란 수치로 알고 숨겨두고 천대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반역이라고 볼 수 있다.
정박아를 낳게된 원인으로서는 일본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모체의 상태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로는 인공중절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인공유산을 할 경우 자궁벽에 흠이 생기고 탯줄에 흠이 생기기 쉬우므로 태아에게 영양공급이 불충분하여 뇌성마비와 불구아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임신부의 흡연문제인데 니고틴이 혈액을 통해 태로 들어가면 영향이 미친다고 한다.
세째로는 조혼의 경우다. 16세-20세 여성의 출산은 아직 자궁이 완전치 못할 때이기 때문에 위험율이 높다.
그리고 부부간의 혈액부적합의 원인을 들 수 있다. 한 예로 Rh 「마이너스」의 혈액형을 가진 여성과 Rh플러스 남성의 사이에서 낳은 Rh 플러스 아이는 혈액 부적합으로 황달이 오래 계속될 것이며 이것이 뇌로 침입하여 뇌황달로 뇌성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태어난 정박아는 어떻게 키울 것인가.
정박아는 성장단계가 보통사람들과 달라 유아기·소년기·노년기의 3단계 뿐으로 그 수명은 대개 40세 정도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30세가 되면 벌써 노년기로 접어들어 주름이 생기고 이가 빠지는 등의 신체변화를 나타내고 더욱이 전혀 지능개발의 교육을 시키지 않을 경우는 노화현상이 더 빨라지고 수명도 짧아진다.
정박아의 성장과정을 보면 6세까지는 잠재의식의 시기로 모든 것의 인식이 80%가 잠재의식으로 남게되고 의식은 10%, 그리고 무의식이 10%의 비율이 된다.
그러나 6세에서 15세까지는 발달의 시기로 15세까지가 지능개발의 한계점이 된다. 즉 15세 이후는 무엇을 새롭게 알아내지 못하게 되며 점점 후퇴할 뿐이다.
그러므로 정박아의 교육은 6세까지 잠재의식 속에 무엇이든지 많이 심어주고 다음 6세∼15세 사이에는 이것들을 끄집어내어 발달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 다음 15세 이후는 교육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후퇴를 최소한으로 막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정박아에 있어서 6세까지의 지도는 이들의 일생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이때는 정박아에게 무엇을 가르치어 효과를 보려는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잠재 속에 심어주는 작업만이 중요할 뿐인데 가장 중요한 교육은 따뜻한 사랑, 정서적 교육이다.
음악을 들려주어 「리듬」감각이 비록 의식은 못하더라도 뇌세포를 자극하도록 해야할 것이며 TV를 보여 주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일 등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6세에서 15세까지 잠재에 심어진 것을 꺼내는 교육 역시 이들에게 경험을 시켜 개발하는 일이다. 가정에서나 특수학교에서의 이들 교육은 우선 보통아이들과 같이 대우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이들 부모는 불쌍하다는 생각에서 이들을 차별대우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본다.
단지 이들 정박아는 경험에 대한 반응이 적어 흔히 부모들까지도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적은 반응이 모여 언젠가는 커다란 평상의 반응울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이들의 보이지 않는 반응, 즉 마음의 소리를 듣도록 해야한다. 마음의 소리는 바로 관심으로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이며 불행한 인간을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끈기 있는 정열로써만 이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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