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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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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줄기차게도 쏟아진다. 심야를 뚫고 계속된 폭우는 삽시간에 한강수위를 4m나 올려놓았다. 관상대는 19일 새벽과 같은 강우량이 계속되면 한강수위는 매시간 50 내지 60㎝씩 높아지리라고 한다. 정오 현재 10·50m의 위험수위를 돌파했다.
24시간의 최다강우량은 서울지방의 경우 3백54·7㎜로 기록되어 있다. 「라디오」의 「스포츠·뉴스」에 따르면 그 기록의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풍수해의 안전대책은 대개의 경우 「최대·최다」기록에 대비한 것이다. 그 기록을 넘는 신기록에 직면하면 재해는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허리를 감고 있는 한강의 제방은 1925년 이후에 구축되었다. 1925년은 바로 을축년 대홍수가 일어났던 해이다. 그해 무방비상태의 한강은 홍수에 묻혀 그 물길이 남대문 발목까지 적셨다고 한다. 서울의 남부는 허허 바다가 되었던 셈이다. 물론 인명피해도 대단했다. 그후 한강에는 위험수위가 설정되고 또 보완작업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호우와 같이 그칠 줄 모르게 퍼붓는 물줄기는 새삼 위기를 실감하게 해주고 있다. 이미 강 안의 여러 동리들이 물길에 덮여 있다. 2만여 명이 대피 중이다. 위험 수역은 점차 늘어가는 형편이다. 인명의 위협은 물론이려니와 그들의 재산도 하루아침에 오유화되었다. 폭풍까지 밀어닥칠 것 같다는 예보도 뒤따르고 있다. 실로 이 재해를 어떻게 이겨낼지 전율마저 느끼게 된다.
서울에 연한 한강주변엔 근년에 개발 「붐」을 타고 신흥 주택들이 빈틈없이 들어서서 추녀들을 맞대고있다. 바로 강 안엔 복지「아파트」에, 「맨션」에, 시범「아파트」우중충히 서있다. 여의도에도 「아파트」군이 적지 않다. 이곳의 안전도는 얼마나 튼튼한지 이번 기회에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인도의 재무장관은 언젠가 의회에서 『우리 나라(인도)의 재정은 「몬순·갬블」(monsoon gamble)이다』고 증언한 적이 있었다. 「몬순」은 계절풍과 함께 비를 몰고 온다. 그 비가 적게 오면 가뭄이 들고, 많이 오면 홍수가 진다. 평균해서 알맞게 오는 예는 아주 드물다. 인도의 경제는 매년 그 「몬순」에 마른 비가 많고 적은 것에 좌우된다. 우리 나라 기후도 그 「몬순」권에 들어있다. 인도재무장관의 탄식은 공정이 간다.
우리 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1백40억t이라고 한다. 이중에 이용수량은 l2·84%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나머지 강수는 유수로 흘러가며 각도수해를 동반한다. 근년의 경우 GNP의 0·8%정도가 풍수해의 복구비로 쓰이고있다. 이 황폐강산은 언제까지 그 자연의 폭력과 싸워가야 할지 실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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