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상향등 켜도 맞은편 차 눈부심 없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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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보행자가 차에 부딪치는 순간 자동차의 후드가 올라가고 차량 앞유리 쪽에 에어백이 터진다. 차에 치인 보행자의 2차 충격을 막기 위한 기술이다(사진 위). 길의 특성에 따라 빛이 비추는 범위를 조정하는 BMW의 하이빔 어시스트.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BMW]

“아, 안 돼!” “끼익~.”

 도로 한복판에서 달려오던 차와 부딪친 주인공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다. 병원에서 가까스로 깨어난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마는데….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사고가 날 경우 깨어나기보다 사망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앞으로 차에 치여 치명상을 입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 것 같다. 보행자 보호 기술을 적용한 신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 보호의 첫 번째 관문은 충격 흡수다. 차체와 부딪쳐 멀쩡한 사람은 없지만 충돌 시 충격을 줄여주면 큰 사고는 피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충돌 즉시 후드(보닛)를 들어올려 공간을 확보하는 기술과 보행자 에어백이다. 볼보자동차의 해치백 차량인 V40은 보행자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차량 앞에 달린 7개의 센서는 차량과 충돌한 대상이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후드를 10㎝ 들어올려 보행자의 머리가 엔진에 닿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한다. 동시에 전면 유리를 감싸는 U자 형태 에어백이 터져 보행자의 2차 충격을 막는다.

 재규어는 전 차종에 보행자 접촉 감지 시스템을 장착했다. 차량이 보행자와 접촉하는 순간 후드가 13㎝ 들어올려져 충격을 완화한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보행자 대부분이 충돌 시 차량 보닛 하부의 엔진이나 전면 유리 하단에 머리를 부딪쳐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IS도 자동 후드 이동장치가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도 자동 후드 장치를 넣었다.

 차체 자체를 충격 흡수재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지엠은 설계 단계부터 보행자 보호를 염두에 뒀다. 한국지엠 기술개발팀 권남석 부장은 “대부분의 차는 앞 유리창과 차체가 만나는 부분(와이퍼 있는 쪽)이 딱딱하지만 트랙스의 와이퍼는 차체 안쪽으로 숨겨져 있고 보행자가 차에 부딪힐 경우 와이퍼 지지대가 깨지면서 충격을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또 충돌 시 후드가 열리는 대신 엔진룸 내부에 충격 흡수 공간을 뒀다.

 운전 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이나 뒤 차량을 배려하는 기술도 눈에 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대별 사망자 발생 교통사고는 오후 6~8시(636건)와 오후 8~10시(535건)가 가장 많았다. 시야가 좁아지고 차량 통행이 많은 시간대다. 지난달 출시된 제네시스는 앞차가 급제동을 하면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이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장치를 장착했다. 고속도로 과속 위험 지역에선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드는 기능도 넣었다. 볼보도 S80과 S60·V60 등 2014년 페이스리프트 모델 5종에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 Ⅱ’를 장착했다. 룸미러에 달린 카메라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해 차량 바로 앞에 그림자를 만들어 하이빔이 운전자 차량에 비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볼보자동차 관계자는 “운전자의 시야는 확보하되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 공개될 신형 아우디 A8에 적용되는 아우디의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역시 맞은편 차량을 감지해 빛의 밝기를 조절한다.

 BMW의 ‘하이빔 어시스트’는 인공지능 라이트다. BMW 5·6·7 시리즈 모델에 장착된 이 시스템은 빛의 범위를 자동으로 조정해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준다. 일반도로에서 시속 50㎞ 이하로 야간운전할 때는 길의 양쪽에서 오는 차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빛을 넓게 비춰주고 고속도로에서는 라이트빔을 더 멀리 비춰 시야를 확장한다. 또한 반대편 차량의 유무, 가로등 불빛의 세기에 따라 전조등을 로빔에서 하이빔으로 자동 조정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컨트리 모드’도 가로등이 적은 시골길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도로 가장자리까지 비춰 안전운전을 돕는다. 급정거 시 뒤 차량에 알아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벤츠의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도 유용하다. 차량이 시속 50㎞ 이상으로 주행하다가 급정거를 하면 후방의 브레이크 라이트가 자동으로 깜박이고 완전히 정차하기 전까지 비상등이 켜져 뒤 차량에 경고해 준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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