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인상폭 '7~9%P案' 채택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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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밑그림이 처음으로 나왔다.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세 가지 개선안 모두 국민의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이도록 돼있다. 국민에게 지급할 연금액은 최고 20%포인트 줄이도록 한 반면 보험료는 지금(6~9%)보다 세 배 가까이로 올리도록 제안한 것이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인 '저부담 고급여'체계를 개선해 보자는 의미다. 그동안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미뤄 온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공들여 만든 작품치곤 너무 상식에 가까운 답안을 내놨다는 지적도 있다. 월소득 평균액의 얼마를 연금으로 지급하는지를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두루뭉술하게 40~60%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무거워질 보험료 부담=세가지 방안을 요약하면 ▶제1안:소득대체율 60%, 보험료율 19~20%▶제2안:50%, 15~16%▶제3안 40%, 12~13%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안은 보험료를 너무 많이 올려야 하고 3안은 연금액수가 너무 적어진다는 비판이 있어 2안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경우 가입자의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지 올해 직장생활을 시작한 金모(20)씨의 예를 보자. 현행 제도에서는 金씨가 월급여(1백29만원)의 9%인 11만6천여원(절반은 기업주 부담)을 보험료로 40년간 부을 경우 65세부터 월 78만원 가량의 연금을 타게 된다. 반면 2안이 올해부터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연금 수령액은 64만5천원으로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는 20만원 안팎으로 오른다.

물론 향후 20~30년간 연금제도를 장기적으로 개선할 것이기 때문에 이 금액이 정확하지는 않다. 게다가 현행 국민연금법은 2009년까지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실제 보험료는 그 이후에나 인상이 시작된다.

눈치 살피는 정부=정부가 벌써부터 최고위층의 눈치를 보려는 조짐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안을 선호했다.

하지만 노무현(盧武鉉)후보가 당선된 뒤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연금발전위의 한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후 정부가 소득대체율을 60%로 유지하는 안을 갑자기 끄집어냈다"면서 "그동안 논의해온 대로라면 50%로 낮추는 2안이 유력했으나 이번에는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지난해 12월 TV토론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연금 지급액을 깎는다면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연금제도가 아니라 '용돈'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소득대체율을 60%로 유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보험료율을 20%까지 올려야 하기 때문에 연금 가입자의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다. 이는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장애물 때문에 국민연금발전위 내부에서도 "연금개혁은 또 다시 물건너 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부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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