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에 쫓긴 한 밤…사채 신고 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채 신고가 마감됐다. 시한인 9일 밤 12시를 고비로 신고자들이 창구에 몰려 세무서와 은행은 밤샘으로 접수 업무를 처리했다. 9일 하오 늦게부터 마감 시간의 접근에 비례, 창구에 몰려들기 시작한 신고자들로 일부 은행은 10일 0시20분까지도 접수가 계속되었고 경찰은 통금 넘어 귀가하는 신고자들을 「신고필증」 확인으로 야통증을 내주는 등 긴장과 망설임 속에 맞은 마감 일은 조용한 가운데 지났다. 신고를 끝낸 채권자·채무자들은 소액 사채권자의 구제 등, 또 있을 당국의 조치에 관심을 모았다.

<재무부>박 대통령 현황 살펴
사채 신고의 총 지휘 본부인 재무부는 마감 시간이 각각으로 다가옴에 따라 긴장의 도가 높아갔다.
저녁 8시40분쯤 박정희 대통령이 재무부에 들러 장관실에서 태 기획원장관 남 재무장관 오 국세청장 등으로부터 신고 현황 등을 「브리핑」 받았다. 밤 11시쯤에는 김종필 총리도 나왔다.
초저녁까지 신고가 부진하던 것이 10시를 넘으면서 밀려들기 시작, 11시40분께 2천억을 넘었다. 박 대통령은 사체 신고가 2천5백억 정도 될 것 같다는 남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재무부를 떠났다.

<기획원>마감 뒤의 대책 논의
10일 아침 8시 반부터 정부는 장관실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1시간10분 동안 신고 상황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협의했다.
이날 대책 회의는 태완선 경제기획원장관 남덕우 재무부장관 이낙선 상공부장관 김정렴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옥 무임소장관 정소영 청와대 경제 제1수석 비서관 김성환 한은 총재 경제기획원 차관 및 재무부 차관 등과 재무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 도중 김용환 재무부 차관은 총무처에 국회 대책 등을 알아보면서 총리실의 국회 답변 재료 작성에 조언을 하기도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 엿보였다.

<국세청>지방의 보고 정리
국세청 대책 본부는 일선 세무서와는 달리 6∼7명의 직원이 밤샘, 지방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정리하기에 바빴다.
자정이 넘어 재무부에서 박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끝내고 돌아온 오정근 청장은 기자실에 들러 접수 현장 상황을 기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오 청장은 『그 동안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씨름을 풀어주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며 긴급명령 실행 책임자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세무서>10시 넘자 줄어들어
각 세무서에는 9일 하오부터 신고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창구마다 30∼40명의 사람들이 번잡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신고자의 대열은 밤 10시 이후 줄기 시작했으나 중부 세무서 등 대부분의 세무서에는 밤 11시30분까지 계속됐다.
밤 10시쯤 중부 세무서 채권자 창구에서 여러 사람의 연명으로 1건에 30억원이 신고되자 직원이 놀라 졸음이 달아난 표정들이었다.

<은행>변두리선 늦게까지
자청이 넘도록 신고자들을 맞았다. 한국은행·상업은행·서울은행 등 각 은행 본점에는 총재와 은행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신고 상황을 「체크」했다.
이날 기업체들이 많이 몰려 있는 시내 중심부의 은행에는 밤 10시부터 신고자들의 발길이 끊어져 2∼3명의 직원만이 창구를 지키고 있은데 비해 소액 채권자들이 많은 변두리 은행에는 신고를 망설이던 채권·채무자들이 밤늦게까지 줄을 이었다.

<기타>여인들이 더 많아
중심가의 은행에는 밤 9시가 넘자 눈에 띄게 발길이 뜸해진 대신 변두리·시장 주변·점포는 여전히 성시, 특히 여인들의 숫자가 압도적. 한일·조흥·상업 등 많은 은행이 자정을 넘도록 접수를 끝내지 못한 채 접수증만 떼 주었다.
이날 저녁 7시쯤 상은 광화문 지점으로 채권 신고하러 상경한 박태흥씨 (양주군 별내면)는 「택시」 안에 채권 어음 4백만원 (50만원짜리 8장)을 두고 내려 「택시」 운전사가 방송국에 맡겨 찾아주기도 했다.
전국의 형무소 재소자들도 면회 온 친지를 통해 채권·채무 신고를 마쳤다.
비교적 신고자들이 많았던 S세무서의 한 직원은 『많은 채무자들은 자가용을 타고 오고 채권자들은 주로 걸어오더라』고 귀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