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 군복무 기피 풍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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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켄트=이성형 통신원>
미국의 대학가에 징병 기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70년부터 대학생에 대한 징집 연기 제도가 없어지고 징병 추첨제가 실시되면서 영장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인접국인 「캐나다」로 도피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귀국하면 징병 법 위반으로 체포되기 때문에 그 곳에서 정착, 영주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반전주의자나 「히피」들로 분석되고 있다. 어쨌든 징병 기피자들의 늘어나는 해외 도피는 정치·사회 문제로까지 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 응징을 주장하는 측이 절대적이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 「맥거번」 의원 같이 이들의 기피죄를 사면하여 모두 돌아오게 하고 국민의 한사람으로 새 출발하게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피자들이 부유층이나 특권층 자제가 아니라는 점은 미국 사회의 일면을 또한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저명한 정치인들의 자제는 자랑스럽게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아들이 한국 전선에 참가했고, 「존슨」 전 대통령의 사위 「패트릭·뉴전트」 군, 「닉슨」 대통령의 사위 「데이비드·아이젠하워」 군 등이 대학을 마치자 입대, 월남 전선에 나간 경우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비단 대통령뿐 아니라 장관·국회의원 등 고위층 자제들이 징병 기피하는 사례는 전혀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은 자기의 자제들이 군대에서 용감하게 의무를 다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들은 또 만일 자기의 자제를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징병 기피 시켰을 경우, 그것이 곧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사실, 그와 관련하여 자기의 정치 생명이 끝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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