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부|김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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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이 타는 벼랑 머리
허백한 갈림 긷도
짙푸른 내일 앞에
거센 숨이 펄럭일 때
얼룩진 윤회 너머로
돌아 뵈는 한 줄기
탄력 잃은 소장들이
바퀴 밑에 깔린 뜨락
바람도 일지 않는
하얀 무늬 기어 가고.
깎여진 별빛 하나가
잿 가루에 치솟다
물든 유산들이
낙엽처럼 구는 포유
시공이 떠는 기슭
열반보다 조용한 강
소외된 영역 밖에서
피어 나는 꽃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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