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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내가 인사권자…법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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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허상구(서울지검)검사=토론 진행과 관련해 부탁드릴 게 있다.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나 저희는 토론에 익숙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다. 대통령이 검사들을 토론을 통해 제압하겠다면 이 토론은 무의미하다. 보나마나 대통령의 승리다. 대통령은 검사들을 제압하려 하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검사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달라. 먼저 한 가지 질문을 하겠다. 지금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는 검사들의 참여가 전혀 없는 정치권의 일방적 밀실 인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인적 청산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와 같은 인사방식은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있었던 인적 청산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 노무현 대통령=토론의 달인이므로 여러분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진실을 덮으려는 잔재주나 갖고, 여러분을 제압하려는 인품의 사람으로 비하하려는 뜻이 들어있다. 밀실인사라든지 검찰 장악 의도라든지 그런 말 들었을 때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느낌이 든다. 과연 밀실인지 (검찰)장악 의도인지, 밀실이라면 그럴 이유 있어서인지 없어서인지 국민 심판을 받아보자고 생각했다.

◆ 강금실 법무부장관=국민 모두가 바라는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통령.장관, 국민의 요구와 검찰의 요구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인사권 문제다.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에게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이는 법무부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달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취임하자마자 검사장급 인사가 미뤄지고 있어 검찰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총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 그 자리에서 제가 아직 검사 한분 한분을 파악 못했지만 밤샘해서라도 자료 검토하고 정보 입수해 늦어도 3월 안에 하겠다고 했다. 빨리 하라는 여러분들의 의견이 있었다. 더 서둘러 10일 검사장급 인사, 13일 부장검사급 인사를 할 예정으로 밤잠 못 자고 일했다.

총장을 저녁에 한시간반 만났다. 저는 협의로 받아들인다. 서면으로 인사원칙 의견을 내줬고 구체적으로 이름 거명하며 천거했다. 그러나 천거 인사 중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몇 분 있었다. 이용호 게이트.옷 로비 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 개입된 분, 여러분 표현대로 정치검사에 해당할 수 있는 분들이다. 많은 경로 통해 수십명의 검사 의견을 들었다. 직.간접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그분들에게 저를 도왔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했다. 그분들 중엔 평검사도 부장검사도 검사장도 있었다.(중략)

차근차근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고 여러분이 도와줘야 한다.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담긴 안과 제 자신도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목요일 아침 총장에게 전달했다.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폭 인사를 해 오던 (관행을 답습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최근 2, 3년 사이에 검찰 명예를 더럽힌 것과 관련된 분들이 검사장급 이상 승진 대상자에 집중돼 있다는 판단을 했다.

◆ 김윤상(법무부)검사=밀실인사란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를 주창한 개혁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장관이 총장 및 일부 사람들과만 협의해 서둘러 추진하는 인사가 개혁인사인지 묻고 싶다.

◆ 盧대통령=여러분들 주장의 핵심은 검찰인사위원회 구성을 통해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는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인사위는 대검 차장이 핵심이고, 이번 인사 대상은 검사장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인사위에 외부 인사들을 전원 참여시키면 기분 좋겠나. 장차 평검사 인사 때도 평검사가 인사위에 들어오는 건 문제다. 제도 개혁 방안을 상의한 뒤 검찰 개혁에 필요한 지휘부와 일선 검사 인사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는 게 좋겠다.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가진 나라는 없다. 검찰을 법무부 아래 두는 건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문민통제를 위한 것이다. 내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결함이 있는 대통령인가 싶어 화가 난다.

◆ 박경춘(서울지검)검사=康장관의 점령군이란 표현은 듣기에 거북하다. 문민화란 표현도 군사독재 시절에 나온 말이다. 검찰이 군사독재 시절의 주구(走狗)였나.

◆ 김병현(울산지검)검사=지금 문제는 (정권이) 검찰 통제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제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검찰을 통제할 분이 아니라 정치적 외풍을 막아줄 수 있는 법무부장관을 기대한다.

◆ 盧대통령=인사권자에게 눈치를 보고 줄을 서온 것이 우리나라 공직사회 문화였다. 인사권자에게 줄을 안서는 검사의 기개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 인사 목표는 과거 시대의 경험을 덜 가진 사람들을 위로 밀어올리자는 것이다. 인적 청산이란 표현이 나왔는데 특별한 표적은 없다. 과거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빨리 교체되면 좋다는 것이다. 검찰을 장악할 의도는 없다.

◆ 윤장석(부산지검)검사=우리 주장은 법무부 장관이 가진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달라는 것이다. 민변에서도 제시했던 부분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이번 인사를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 이완규(대검찰청)검사=검찰의 전체 구성원들이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 또 검찰총장에게 인사제청권을 달라는 것은 인사권을 놓고 정치권의 청탁이 난무했었기 때문이다.

◆ 盧대통령=참여정부라는 여러분의 말 속엔 비아냥거림이 들어 있다. 구체적인 인사위원회 구성 방안을 말해달라. 검찰 조직에 대해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하지만 검찰 조직은 뭔가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평검사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 임명할 때 인사위원회를 만들겠다.

◆ 김영종(수원지검)검사=밀실인사, 정치권 예속 인사를 하지 말고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도 후보 시절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 盧대통령=막 하자는 거죠.(언성 높아지며) 이러면 양보 없는 토론을 할 수밖에 없다. 그건 청탁전화가 아니었다. 정치인들은 어려운 것을 면피하고, 검찰은 말 한번 들어주며 넘어간다. 검찰이 (그런 전화에) 사건을 잘 못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인사를 미뤄달라는 것은 용납 못하겠다. 새 정부의 검찰 지도부는 새로워야 한다.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검찰 중립은 정치인들이 보장해 주는 것 아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 김병현 검사=검찰에 대한 무의식적인 비판 여론을 없애도록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康장관=인사권은 검찰의 수사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정부조직법상 상부조직인 법무부 장관이 행사해야 한다. 검찰총장이 인사 제청권 가질 때 공정 인사가 담보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데는 검찰 내부의 잘못도 많았다. 옷 로비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전직 검찰총장 동생 사건 등이다. 지금 나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부회장 자격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거 아니다.

◆ 盧대통령=검사들은 인사위원회를 바로 만들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지금 인사를 미뤄야 한다. 검찰 지도부를 몇달 인사 하지 않고 가면 되겠느냐.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 나를 믿고 지켜봐 달라.

◆ 이정만(서울지검)검사=개인적으로 대통령 네 명을 거쳤는데 한번도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대통령께서 워낙 소신을 갖고 계신 분이라 기대하지만 대통령 혼자 소신만으론 힘들다. 주변에 계신 분들, 친인척 등이 도와줘야 한다. 최근 대통령 형님의 해프닝도 있었다. 대통령께서 느리지만 꾸준한 시장개혁을 하겠다고 말한 데 감명받은 적이 있다. 검찰 개혁도 일거에 하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

◆ 盧대통령=대통령들이 지금까지 다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보니까 아니더라는 이 말 아니냐. 검찰도 지금까지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해 왔지만 중립 못했다. 나도 같은 이유로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해도 잘못된 것 아니다. 기자들이 왔을 때 형님이 바보처럼, 형님한테 이렇게 얘기해서 죄송하지만 어수룩하게 대답했다가 해프닝이 있었다. 그런 얘기 지금 끌어내 낯을 깎아내리는 식으로 토론하려 하나.

◆ 박경춘 검사=과거 대통령께서 "나는 83학번"이라고 한 언론 보도를 봤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은 코드가 맞다. 여기 온 사람들이 대부분 386세대다. 검찰 개혁은 수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도 허리가 불편해서 수술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문진하고 기계 촬영하는 과정 등을 거친 뒤 자격있는 의사가 집도하는 것 아니냐.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다.

◆ 盧대통령=검찰 중심의 인사위원회를 만들어서 검찰총장이 인사제청권 갖게 할 수 없다. 수뇌부를 믿을 수 없다. 법에 정해진 대통령의 권한대로 하겠다.

◆ 김영종 검사=검찰의 자체 개혁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투명성과 개방성.자율성이 핵심이다. 인사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김윤상 검사=법무부는 전문 행정기구로, 검찰은 정치적으로 중립해 수사할 수 있는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검찰도 법무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 盧대통령=불행한 과거가 여러분들과 저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자유권이 보장되도록 하겠다.

◆ 康장관=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주면 검찰 스스로 자체 개혁하겠다는 것인가.

◆ 盧대통령=결국 노무현이 강금실.문재인 등과 수뇌부의 인사를 할 거냐, 현재 검찰총장 등 몇몇 분들과 협의해 인사를 할 거냐가 문제 아니냐.

◆ 윤장석 검사=그게 아니다.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해 달라는 것이다.

◆ 盧대통령=검찰 수뇌부 인사에 무슨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할 수 있느냐.

◆ 윤장석 검사=인사권의 보장이 중요하다. 미군이 점령 후 실제로 일본 검찰이 신망있는 검사가 될 수 있도록 인사권을 보장했다.

◆ 康장관=이후 제대로 보장이 안돼 다시 환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

◆ 盧대통령=하고 싶은 얘기 다 했고 저도 여러 얘기 다 한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여러분 동료들이 굉장히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이다. 그 점 전혀 훼손할 생각 없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도 했다. 하지만 말할 때 용기는 지나쳤다 싶을 만큼 소신있게 해줘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여러분에게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또 인사문제로 여러차례 제동 걸 기회가 남아 있으니 지켜봐달라. 제대로 된 검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검찰을 한번 만들어보자.

사건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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