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샤머니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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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동경교육대학 대총민속학회 주최의 『한단과 일본의 「샤머니즘」』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지난 4일 동경 대에서 열렸는데 여기에 주제발표자로 초청을 받아 지난 20일까지 21일간 일본에 머무르면서 실제 민속조사에 참가하는 한편 동지사대·동붕대 등에서 네 차례의 강연을 가졌었다. 일본의 민속학 관계 도서출판은 아주 활발하고 이에 따라 연구활동이 여간 활발하지 않다.
현재 일본의 민속학은 두 계통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야나기다」를 주축으로 한 역사학적 후계가 동경교대를 중심으로 하여 움직여 나가는 계통과 국학원 대학을 중심으로 「오리구찌」를 주축으로 한 문학적 후계가 그것이다. 전자는 동경교대 문학부의 사학방법론 분야에 민속학연구실이 있어서 직광광치, 죽전단, 궁전등 교수, 그러고 일본 사학분야에서 화가삼태낭, 앵정덕태낭 교수가 민속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성성대학에 민속학 전문의 유전국남문고(약 2만권)가 설치되어 굴일낭 교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밖에 대정 대학 문학부 안의 불교민속학회, 동지사대학 사학과의 민속학연구회가 보조 과학적 입장에서 민속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의 민속학이 이렇게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역사학이나 문학의 영역 안에서 보조과학의 기능적 필요에 머무르고 있는 인상을 준다는 것은 퍽 아쉽게 여겨졌다.
여기에는 물론 학문방법상의 문제가 따르겠지만 그 이전에 새로운 방법상의 발언이 적응될 수 없는 학계의 보수적 질서 때문이라 보아진다.
요즘 일본의 민속학계가 한국·대만 및 동남아지역의 민속조사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공공단체의 재정지원을 받아 비교 민속학의 방향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따르는 것 같다. 첫째, 먼저 일본의 민속조사는 거의 정리돼 그 동안 북부지방의 「아이누」족이나 「오끼나와」섬의 민속조사에 집중해 왔고 다시 새로운 「필드」를 찾는데 이르렀다.
여기에는 물론 일본문화의 원류를 구명하기 위한 비교방법이라는 대전제가 따른다. 다만 이 작업의 출발자체가 역사학의 한 보조적 필요라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인접 민족에 대한 민속조사에 기울어질 때 민속학의 본 영역을 벗어나 민족학이나 문화인류학의 영역으로 들어갈 우려가 있고. 자칫하면 종전전과 같이 일본의 민속학이 정치상으로 이용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 보아진다는 점이다.
필자의 이번 발표내용은 『한국 「샤먼」의 초기 강신 체험』에 대한 것이었는데, 대림태량(동경대) 궁가준(경응대) 좌좌목굉간(구택대) 등정정웅(대정대) 직강응치(동경교대) 등이 토론에 참가하여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것은 한국무속에서의 강신 체험과 같은 것이 일본에서는 이미 도태돼 버려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일본은 외면적으로 「신의 나라」라고도 하였지만 지금에 종교성을 띤 신비체험의 증상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영감을 중심으로 한 「카리스마틱·샤먼」과 사제권을 중심으로 세습되는 「프리스트리·샤먼」의 두 계통이 있는데 강신의 체험과정을 거치는 것은 전자의 것이다.
「샤먼」이 되는 초기에는 정신이상 증후가 오고 신체상에도 이상질환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 현상 민간 층에서 강신에 의한 신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강신 현상은 인간이 신을 실제로 체험하는 종교적 체험이며, 이 체험은 또 인간에게 신의 전능한 능력을 전수시켜 신권적 직능자로 비범화 시키는 기능을 갖는 것이라 보아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은 시베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미주 등지 미개족의 「샤먼」이나 「메디신·맨」 혹은 미국과 한국의 기독교 일부 교회에서도 같은 원리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인류가 공동으로 소유한 신에 대한 원초적 복귀의 심령현상이라 보아진다.
이런 심령현상은 기존의 전통문화 그리고 이의 일환인 지존 종교를 전제로 하되 그 기존 종교 질서에 몰입되어갈 수 있는 자신의 심적 계기가 문제의 핵심체로 등장한다.
그래서 「샤먼」들 개인의 생활사를 조사한 결과 심적 갈등의 공통적 원인이 가정환경으로부터의 우울증·슬픔·번민 등이 축적돼 나중에 정신 허약 상태로 진전되어서 자연의지를 상실, 이상심리가 조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아의지 상실에 의해 노출된 신화적 사고를 타의(경우에 따라서는 자의)에 의해「샤머니즘」의 강신 현상으로 「샤먼」이나 일반인 혹은 자신이 진단함으로써 전통적 배경의 의의를 지니게 되는 것이라 보아진다.
그것은 그 사고의 배경에 따라 색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이 상태가 교회 안에서 일어날 경우 기독교의 성령체험으로 형태를 달리한다.
일본에서 강압체험이 도태된 것은 무속의 제도화(신사)에 인한 것으로 보이며, 다만 「구기무」에서만이 미미한 명맥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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