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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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별의별 광고선전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서 먹는 것과 약에 관한 것을 빼면 거의 남는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식품과 약품이라 하겠다.
그런데 야단스러운 광고선전에 비하여 먹고 마시는 것에 마음놓지 못하며, 약도 믿고 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한때 콩나물·두부·식초·막걸리·과자 등이 불량 또는 유해하다고 떠들썩하더니 요즈음은 한 여름의 맥주 철이라 그런지 이색적이 「하이타이 맥주」란 것이 나왔다. 몇 가지 화학약품에다 세탁비누를 혼합하여 거품을 내게 한 모양이다.
이런 판국이니 간단한 휴대용 장치 혼은 「리토머스」지와 같은 것으로라도 탐지할 수만 있다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먹고 마시기 전에 일일이 화학반응을 보거나 유해여부를 살펴 보아야할 것 같은 기분이다.
식품과 약품의 양질과 적정도는 실로 우리의 생명과 깊은 관계가 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불량·부정의 식·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자는 사람의 생명을 해치거나 빼앗는 결과에 있어서는 흉악범과 무엇이 다를 바 있는가?
그러므로 불량·부정한 식·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상인들을 중형에 처한다 해도 아무도 동정을 보낼 수 없다. 게다가 이득에 비하여 받아야할 형벌이 더 무겁다면 상인들도 상당한 각오아래 유해한 식·약품을 다룰 것이 아닐까?
일전에 동료의 한 사람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모 라면회사 사장이 자기 자식에게는 자기 회사에서 생산한 라면을 먹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식의 건강 위생만이 중요하고 다른 수많은 소비 대중이야 어찌 되어도 좋단 말인가?
미국의 FDA는 식·약품을 함께 관리 통제하는 관청으로서 거기서 설정하는 기준은 믿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공정·엄격한 판단을 내리고 신속한 처리를 하는 것으로 평판이 높다. 미국의 「랠프·네이더」는 특히 유명회사의 자동차 제작과정의 결함을 일일시 폭로하였고 소비자 보호운동에 큰 성과를 거두어 이제는 그의 운동이 하나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근래 먹고 마시는 것은 설사 차관이든 기술(또는 자본) 제휴든 간에 거의가 국내생산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사정을 참작한다면 우리 스스로의 사법관할권아래에 놓여 있는 식품 제조과정에 대해서 관계 당국이 믿을 만한 공정·엄격한 식품의 관리행정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간단히 말해서 불량·유해식품이 궁극적으로 생명을 해치게 되는 결과를 살인과 동일시하지 않는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불량 식·약품의 규탄에는 「매스·미더어」의 과감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 신문·라디오·텔레비전은 정기적으로 지면 또는「골든·아워」를 기꺼이 할애하여 유해한 식품이나 불량한 의약품을 고발하고 일반 소비대중의 단결된 불량 유해품의 추방정신을 고취시켜야 한다. <차하순 서강대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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