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아카데미'의 역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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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 사회를 통틀어 볼 때 여성 인물의 대표적인 산실은 크리스챤 아카데미(현 대화문화 아카데미, 당시 원장 강원룡 목사)다. 서울 수유동에 있는 이 아카데미는 1974년부터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화' 교육인 중간집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열정적 실천에 목말라 있던 젊은 여성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암울한 시대와 사회구조적 쟁점으로서의 여성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때 참가했던 여성들은 이후 한국의 여성학 운동을 주도하고 진보적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주부운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으며 여성 미디어운동.여성평화운동 등의 주역으로 활동 중이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걸치는 여성 노동운동가 중에도 이 프로그램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많다.

한명숙 환경부장관과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장필화 이대 여성학과 교수, 이정자 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이계경 전 여성신문 사장 등은 중간집단 교육프로그램의 간사로서 직접 참여했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이태영 전 가정법률상담소장을 비롯해 윤후정 전 이대총장, 이인호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박영숙 전 의원 등은 중간집단 프로그램의 교육을 담당했던 지도자 그룹이다.

아카데미는 회원단체가 아닌 교육기관으로서 진보적 담론을 형성하고 이를 젊은 세대에 전파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이미경.김희선 의원, 이현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공동대표,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김근화 여성자원금고 이사장, 김경애 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 등이 교육생으로 참가해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접했다. 이들은 아카데미에서 여성의식의 싹을 틔웠고 이후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로 성장했다.

이영순 전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장, 최순영 민노당 부대표 등은 신인령 당시 아카데미 노동분과 간사가 키워낸 여성 노동운동가들. 70년대 후반 반도상사 노사분규 등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도 아카데미와 인연이 있다. 88년부터 아카데미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고 이후 환경 관련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가했다. 이같은 활동은 국민의 정부에서 최장수 장관이 되는데 일조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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