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는 풍요한 사회의 필요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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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해의 피해와 대책의 시급함을 역설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 공해의 바탕 위에 꽃핀 소위『풍요한 사회』의 고마움과 공해가 요구대로 범세계적 규모로 제거되었을 때 당면할 물질 생활의 어려움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열렬히 공해의 추방을 부르짖는 사람도 공해의 감수냐 현재 수준의 물질 생활을 포기할 것이냐를 놓고 택일하라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면 공해의 추방 작업으로 인해 야기될 물질 생활의 위축은 어느 정도이며 과연 공해는 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할 것인가.
미국의 경우 모든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전력 부문에서 환경 보호주의자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고 물질 생산의 낙후도 피하려면 금년부터 76년 사이에 약 1백7억 내지 1백78억 「달러」의 공해 방지비가 소요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돈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데 있다. 이것이 기정 사실화된다고 하면 1990년에 가서 미국 가정의 평균 주거비 지출은 현재의 2배가 넘게 된다.
게다가 전력 소모량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천연동력원의 고갈 현상은 부족한 동력의 충당을 위해 또 다른 공해를 유발할 것이 확실한 만큼 더욱더 소비자는 공해의 손익 계산서를 산출해 내기가 힘들어졌다.
1859년 미국이 석유를 상용으로 채유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전세계 석유 소비량은 약 2천2백50억 「배럴」이었는데 이제 미국의 70년대 소비량이 이를 능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서기 2천년에는 미국의 전 석유 매장량이 바닥날 지경이다.
석유에 대체할 연료로서 천연 「개스」, 액화 「개스」를 생각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것마저 오는 75년에서 80년 사이에 완전 고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앞으로 크게 의존할 데라고는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 (2400년까지 채굴 가능)과 원자력 발전소나 태양광선을 이용한 새로운 동력원의 개발 밖에 없다.
그런데 심한 환경 파괴를 가져오는 석탄 채굴에 있어 공해 추방론자들의 요구대로 환경을 저해하지 않고 생산하려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더우기 주민들의 이기심은 『채굴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내 고장에서는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석탄 채굴 전망을 진퇴유곡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이 원자력 개발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첫째 기술상 실용화하기에는 시간이 걸려 다음 세기에나 가능하며, 둘째 아무리 「쿨·타워」 등 열 냉각 장치를 가설한다지만 원자력 발전소에서 뿜어내는 방사선 낙진의 피해는 다른 동력원이 끼치는 공해에 비길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한 소위 『증식형 원자로』의 개발을 미 정부가 서두르고 있지만 이것도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보장이 없을 뿐더러 생산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현 인류가 보다 편리하고 유족한 물질 생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공해 추방에 지불해야할 대가는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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