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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있는 '여기'] 무주 깊은 산속 231만㎡ … 태권도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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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태권도의 성지(聖地)를 표방하는 태권도원이 내년 4월 전면 개원을 앞두고 있다. 큰 사진은 숙박과 강의시설이 있는 ‘수련공간’ 전경이다. [사진 태권도진흥재단]

새 연재물 ‘이야기 있는 여기’를 시작합니다. 한국 스포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건축물이나 시설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체육사(史)와 스포츠 마케팅 차원에서 건축물의 가치를 알려주고, 바람직한 활용 방안도 제시할 것입니다. 연재 내용을 모아 책으로도 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관중석 5000개를 갖춘 전용경기장의 외부 모습으로 ‘체험공간’의 일부다. 태권도원은 4년 동안 총 사업비 2475억원을 들인 국책 사업이다. [사진 태권도진흥재단]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에서 무주IC로 빠져나오면 전북 무주군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설천면을 향해 약 17㎞를 달리면 백운산 자락의 태권도원(跆拳道園)에 다다른다. 찾아가는 길이 멀고 지루하지만 태권도원 정문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 배에 달하는 231만㎡의 넓은 부지 곳곳에 대한민국의 문화유산 태권도가 스며 있다. 4년간 총사업비 2475억원(민자유치 목표 1066억원 별도)을 들인 국책사업 태권도원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 4월 전면 개원을 앞둔 태권도원은 태권도의 교육·수련·연구 기관이다. 입지와 설계 등 모든 면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무주군은 무주IC의 명칭을 ‘무주태권도원IC’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태권도원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태권도로’로 이름 붙일 예정이다. 태권도의 성지(聖地)를 표방하는 태권도원은 세계 태권도의 심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태권도원은 지난 13일 무주군민 700여 명을 초청해 개방 행사를 열었다. 태권도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을 어필했다. 박승하 태권도진흥재단 마케팅부장은 “태권도가 세계적인 종목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태권도원에서 태권도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전했다.

 세계 205개국에서 7000만 명이 수련하는 태권도는 2020년 도쿄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지난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태권도가 세계로 뻗어가는 동안 종주국 한국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졌다.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태권도원이 조성됐다. 쿵푸의 성지로 유명한 중국 소림사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태권도원은 ‘우리 세대에 우리가 만드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태권도원은 ‘체험공간’ ‘수련공간’ ‘상징공간’ 등 3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체험공간은 피부로 태권도와 만나는 곳이다. 5000석 규모의 태권도 전용경기장을 비롯해 50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과 태권도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수련공간은 신체단련 이상의 가치를 찾는 연수 시설이다.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과 여러 강의실이 있다. 지도자·심판 등을 위한 사범관에는 400명을 위한 숙박과 세미나 시설이 있다.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실도 여기에 있다.

 산자락 높은 곳에 있는 상징공간은 태권도의 철학과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곳으로 설계됐다. 수련생이 태권도 고단자를 만날 수 있는 태권전, 태권도 명인들을 위한 공간인 명인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태권도원 각 지구를 올라가는 동안 6개의 다리를 볼 수 있다. 태권도 6개 띠의 색깔을 입혔다. 태권도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단계적·입체적으로 태권도를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체적으로 치밀하고 잘 짜인 느낌이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기부금으로 지어질 상징공간 조성에는 총 176억원이 필요하지만 IBK기업은행이 후원한 22억원을 포함해 23억원밖에 모금하지 못했다. 민자를 유치해 호텔·유스호스텔·스파 등의 지원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태권도원이 대표성을 갖고 행정적 응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계태권도연맹(WTF)·대한태권도협회(KTA)·국기원 등 태권도를 이끌고 있는 각 주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WTF는 심판보수교육, KTA는 일부 국내 대회를 태권도원에서 할 예정이지만 크고 멋진 그릇을 채울 콘텐트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시설인 만큼 태권도 각 단체가 태권도원으로의 이전을 포함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종신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은 27일 태권도원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심포지엄에서 “태권도의 핵심단체인 WTF·KTA·국기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태권도원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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