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해제 「대화」뒷받침할 힘 기른뒤|국회질문 사흘째, 김 총리 답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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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는 사흘째 대정부 질문을 22일 계속했다. 질문에 나선 정헌주·나석호(신민) 의원 등은 보위법이 기본권에 대한 입법사항을 명령에 위임한 것은 행정권의 비대를 가져와 권력분립원칙을 깨뜨린다고 주장하면서 비상사태선포를 지속시킬 이유가 없다고 추궁했다.
나 의원은 또 『시중에서는 여야간에 중진회담이 이루어질 것이고 여기서 얘기가 잘되면 거국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헌법을 고칠 것이며 통일로 가는 시대에 야당은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면서 이에 대해 정부견해를 물었다.
김종필 총리는 비상사태 해제시기를 밝히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남북대화가 시작됐다고 해서 비상사태 철회를 운위할 단계가 아니며 대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안보태세와 국력이 배양되어 바람직한 사태가 이룩할 때라야 비상사태는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거국 내각설에 대해선 『정부로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개헌도 생각한 일이 없다』고 단언하고 『다만 나라를 통일하거나 나라의 운명이 위급할때나.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때는 거국 내각이 아니라 어떤 정비라도 해서 여야 없이 온 국민이 굳게 뭉쳐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불였다.

<질문·답변요지>
▲정헌주 의원(신민)질문=△헌법은 비상시에 대비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이상의 비상조치를 허용치 않고 있다.
헌법 테두리 안에서의 비상 조치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 정부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닌가.
△보위법의 내용은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제한토록 입법 사항을 모두 명령에 위임하고 잇다. 이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행정부의 권한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킴으로써 권력 균형을 깨뜨리고 따라서 민주헌정 질서를 파괴한 것이 아닌가.
▲나석호 의원(신민)질문=△대통령의 취임 선서문은 「…국헌을 준수하여 국가를 보위하고…」로 되어있어 국헌 준수가 선행되어야함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은퇴중인 어느 저병한 헌법 학자가 작년 자유중국·스페인 등을 여행하며 효율적인 1인 집권 체제를 연구를 해봤다는 말을 들었다.
△남북 성명에 의하면 남북 간에 적어도 무력도발은 없으며 돌발적인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직통전화까지 가설케 됐는데도 총리는 북의 남침 위협이 아직도 있으며 비상사태를 철회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상사태는 국민을 위한 것인가. 정권 안보를 위한 것인가.
△비상 사태를 해제할 수 있는 시기는 구체적으로 언제쯤인가. 올 가을쯤이면 가능한가 아니면 김일성과의 대결이 지속되는 한 영구히 풀 수 없다는 것인가.
△비상사태라면 전쟁대비태세를 갖추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새마을사업이 바로 공부의 안보위주정책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가. 공화당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한 운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총리의 견해는 어떤가.
△김일성이 쳐내려올 위험성이 있는 사태라면 병무 부정이 일어난 지금 현 정권은 국민의 신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에어컨」이 장치된 고급차를 타고 시골에 가서 새말을 운동이라고 근면 자립을 강조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남북성명의 범위 안에서 통일 논시를 규제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히라 통일 논시에 있어 목적의식을 강조했는데 목적의식은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 것인가.
△김 총리는 부정·부조리·불신 등 3부을 추방하겠다고 해놓고 보위법 제정 후 불가능·불가시·불가언이 강요되고 있다. 총리는 3부를 추방하겠는지의 여부를 밝히고 추방하지 못했다면 국민들이 잘 듣고 보고 말하게 할 용의가 있는가.
보위법은 우리헌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초헌법적인 법인데 폐기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김상진 의원(신민)질문=△북한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없애고 불신 풍조의 근원인 정보정치를 없애야 하는데 정부는 과감한 내정개혁을 단행할 용의가 있는가.
△독일 「바이마르」헌법과 일본의 명치헌법, 프랑스의 헌법에도 비상권에 관한 규정이 있어 이를 합헌독재라고 볼 수 있으나 보위법은 헌법에 근거가 없어 위헌 독재라고 본다.
▲김 총리 답변=△비상사태선언과 보위법 시행으로 이권개입이 위협받는다고는 보지 않으며 정부는 분명이 그어져있는 삼권분립의 범주 안에서 행정부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으려면 정신적·경제적으로 충분히 준비가 갖추어주여야 한다.
△새마을사업은 농어촌 근대화의 기초를 닦자는 뜻에서 안보에 못지 않게 온 정신을 쏟아 추진하는 것이며 결코 장기집권이나 차기 선거의 포석이 아니다.
△정부는 3부 추방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방법으로 불합리를 추방하겠다.
△병무부정문제는 관계자는 물론 관련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집권층이라도 엄중히 조치하겠다.
△외제차는 행정부에서 대통령·국무총리·국회에서 의장단 3인, 그리고 대법원장 이외에는 타지 않고 있다.
△보위법은 법의 성격상 국민의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나 국민을 억압하거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운용의 묘를 기하겠다. 결코 정권 유지를 위한 발상에서 보위법이 제정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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