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0년간 품삯도 안준 머슴을 자전거 한대 훔쳤다고 고발 주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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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주】주인의 고발에 의해 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됐던 한 시골머슴이 담당 검사의 전례 없는 기소 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나 주인을 상대로 10년간 받지 못한 노임 청구 소송을 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양군 대곡면 대곡리 568 김석만씨(41) 집 머슴인 강구룡씨(26)는 지난달 5일 상오10시쯤 일하다 다친 왼팔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주인에게 치료비 3백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주인의 헌 자전거 1대(싯가 5천원)를 훔쳐 팔아 치료를 했다. 이것이 죄가 되어 주인의 고발로 지난 7일 진주 경찰서에 의해 구속된 강씨는 13일 부산지검 진주지청에 송치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을 맡은 이흥수 검사는 사건 기록에서 강씨의 범죄 동기와 특히 그가 사고 무친한 고아라는데 깊이 동정, 연 3일간 피고인 강씨와 고소인인 주인 김씨에 대한 이면조사를 했다.
그 결과 피고인 강씨는 4세 때 부모를 여의고 강씨의 외삼촌 강금중씨(52·진양군 미천면 당시골) 집에서 자라오다 7세 때부터 김씨 집에서 잔뼈가 자랐으며 나이 들면서는 잔심부름, 소먹이 등 머슴으로 일해 왔으며 지금까지 단 한푼의 노임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법보다 도의가 앞선다는 법 정신대로 담당 이 검사는 가혹했던 김씨 집안의 쇠사슬이 얽매였던 강씨를 풀어 그로 하여금 재생의 길을 열어 주기로 결심, 16일 하오 강씨를 전례 없는 기소 유예 결정으로 석방했던 것이다. 또한 이 검사는 이곳 서정곤 변호사에게 강씨의 유린당한 인권과 10년간의 노임 보상을 받게 해주도록 부탁, 강씨는 주인 김씨를 상대로 48만5천원의 노임 청구 소송을 18일 상오 부산지법 진주 지원에 내게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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