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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영화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25당시『미망인』이란 영화를 감독했던 박남옥씨는 한국최초의 여류 영화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홍은원씨가『여판사』(62년)등을 감독했으나 박남옥씨와 함께 이내 은퇴하고 말았다. 현재론 오랜 영화배우 생활을 거친 최은희씨와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 온 황혜미씨가 비록 다작은 아니지만 계속하여「메거폰」을 잡고 있을 뿐이나.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기까지에는 촬영과 편집의 기계적인 작업과정 뿐만 아니라 작품해석에서부터「스태프」「캐스트」의 선정, 연기지도, 조명, 의상 그리고 심지어는 연기자들의 심리파악까지도 모두 감독의 지시와 배려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영화감독의 역은 한 작품을 만든다는 단순한 시간적인 차원을 훨씬 넘는 고된 작업이고 또 그 결과까지도 절대적으로 감독에게 기울기 때문에 끝까지 부담을 져야하는 것이다.
『여성감독은 우선 작업과정에서 체력이 달리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한 최은희씨는 그렇기 때문에 약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뒤에서 몇 배의 시간을 더 소모하고 어려운 일을 앞장서서하며「극성」이라는 말까지도 듣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작품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더 섬세하고 예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최 여사는 말했다.
그는 영화감독은 역사와 사회를 보는 깊은 통찰력과 여기에 못지 않은 미학적「센스」를 동시에 지녀야하는 직업인만큼『감독의 능력이 영화 한 면 속에 완전히 드러나서 끊임없이 연구해야만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한국의 현실에선 감독자신이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철저하게「마스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드라마」는 물론 기계적「테크닉」, 소품에서부터 조명까지의 제작과정을 오랫동안 완벽하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잘 모르면서 지휘할 수는 없는 것이고, 특히 여성은 여러 가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길이 실력을 쌓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고 최 여사는 지적한다. 문학 작품을 읽고 많은 것을 보는 것도 실력을 쌓는 길이라고 했다.
사람을 많이 다뤄야하는 일도 영화감독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한다. 최은희 씨는「몹·신」이 그중 힘들다고 했다. 많은「엑스트라」를 현장에서 지휘할 때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
요 근래 영화 가의 불황과 여러 가지 제작활동의 제약은 기성감독들에게도 커다란 타격이 되고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신인의 등장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겐 최은희씨나 황혜미씨의 경우처럼 영화제작과 어느 정도의 관련을 갖지 않는 한 순수한 직업감독으로선「데뷔」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영화1편을 완성하려면 평균 2개월을 잡고 있는데 20만원∼50만원 감독 료를 받을 만큼 되려면 상당한 기간 수련을 쌓아야하고 또 인기를 얻어야만 한다는 것.
현재 몇몇 대학의 연극영화과재학생 중에는 영화감독 지망여학생이 한 사람도 없다.
한국의 여류감독 작품들은 지금까지 흥행 면에서 크게「히트」한 것은 없었다.
최은희 씨의『민며느리』『공주 님의 짝사랑』, 황혜미 씨의『첫 경험』『관계』등 작품은 흥행 보다 알찬 연출솜씨로 비교적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신체적 중노동에 집중적인 일을 하므로 여성들에겐 감독생활과 집안살림을 어떻게 잘 이끌 수 있는가가 또 하나의 애로로 꼽히고 있다. 최은희 씨는『그때그때 한족을 희생하면서 해나간다』고 했다.
『자신의 노력이 가름하는 직업이지만 특히 영화계의 실정, TV의 여파를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찾아 영화만이 지닐 수 있는 예술성을 보여줘야 한다」최은희 씨는 영화감독의 직업이 새롭고 깊이 있는 눈을 통한 작품처리에 따라 현재의 악조건 속에서도 그 전망이 밝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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