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맥거번」의 백악관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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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마이애미비치」의 미국 민주당대통령후보 지명대회는「맥거번」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1월 대통령선거는 재선을 노리는「닉슨」공화당후보와 미국사회의 개혁을 제창하는「맥거번」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맥거번」의 승리는 당내 개혁파의 승리요, 젊은 세력의 승리이며 직업적 정치「보스」들의 참패를 뜻한다. 특히 당 공약을 둘러싼 논쟁에서「월리스」를 비롯한 소수파는 흑백「버스」통학, 법과 질서, 월남전 등에 관해 20개 항목의 공약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대회 이틀째부터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맥거번」진영의 반대의 벽을 뚫지 못했다. 「맥거번」은 다만 소련의 위협을 받는「이스라엘」을 정치적·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공약에서만 우파의 요구에 양보했다. 한마디로「맥거번」의 승리는 철저했다. 그러나「아이러니커」하게도 그의 승리가 철저했기 때문에 그가 받은 상처도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승리는 민주당의 분열 위에서 거둔 것이었기 때문이다.「험프리」「머스키」등의 후보사퇴선언은 그 시기가 늦어 민주당의 분열을 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험프리」는「머스키」가 독점할 것으로 보였던 중도파의 지반을 침식하여「머스키」를 탈락하게 만들고 다시 예선종반에는「맥거번」을 무책임한 과격파라고 공격하여 결과적으로 민주당후보로 지명된「맥거번」에게 만신창이의 상처를 남겼다.
앞으로「험프리」「머스키」「잭슨」등은 형식적으로「맥거번」지지를 선언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이고,「월리스」는 보수남부사단을 이끌고 어쩌면「닉슨」지지를 공공연히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젊은 층·여성·흑인을 힘의 배경으로 한「맥거번」은 경쟁자들과 반대자들을 패배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그들을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앞으로 선거기간 중에 당내 기성조직과 세력들이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발이나 소극적인 태도는 11월 선거에서「맥거번」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맥거번」은「마이애미비치」에서 경쟁자들과의 실력대결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주장해 온 일연의 개혁노선을 완화하지 않았다.
세력균형이라는 신화에 익숙해있는 미국의 대부분 중산층에게는「맥거번」의 공약이 나타내는 입장은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포기하는 신고립주의로 들리기 쉽다고 당내 기성세력들은 우려한다. 특히「헨리·잭슨」후보와 전국노조위원장「조지·미니」는 이런 노선을 신랄하게 공격해왔다.
당내문제를 떠나「닉슨」과의 대결에서 볼 때「맥거번」의 가장 큰 약점의 하나는 선거쟁점이 약하다는 점이다.
「맥거번」은 반전입장을 강조하지만「닉슨」은 월남주둔 미군을 50만에서 4만 이하로 줄인 기록을 갖고 있다.
그리고「맥거번」이 말하는 취임 후 90일 이내 종전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외교면 에서도「닉슨」의 배경·「모스크바」정상회담은 새로운「닉슨」의 상징이라는 공화당의 선전 때문에「맥거번」에게는 타격이다. 유권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경제문제에서도 실업자수가 5백만 명이지만「닉슨」이라는 정치곡예사는 벌써 교묘하게 좌 선회하여「뉴·딜」복지계획·적자예산·소득정책을 채택하고 자신을「케인즈」경제이론(통제경제) 추종자라고 선언하여 진보적인 민주당후보를 사실상 완전 무장해제상태로 만들었다.
「닉슨」에게는 지금「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이 물가고 때문에 재선 못한 예는 미국역사에는 없다고 지적한다. 현직대통령에게 치명적인 것은 불경기인데 11월까지 그런 정도의 불황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예선과 지명대회를 통해「맥거번」이 보인 미국 내 조반세력규합 실력과 중산층 흡수력은「닉슨」과의 대결을 전망함에 있어 참작해야할 가장 거대한 미지수이다. 이는 어떤 가시적 현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요인이기 때문에 이상과 같은 가시적 요인에 대한 계산에도 불구, 11월 선거에서「맥거번」이 지금까지와 같은 놀라운 선풍을 일으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마이애미비치」에서 거둔「맥거번」의 승리는 그의 노선을 현실화하여 중도파의 표를 흡수하려는 압력을 동반한다.「맥거번」은 머지않아 입장의 완화·타협의 한계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시대를 앞질러 문제를 의식하는 개혁주의자로서의「맥거번」은 지금 역사의「테스트·케이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민주당의 혁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토머스·제파슨」「앤드루·잭슨」은 그 시대의 민중「무드」를 잘 파악하여 개혁에 성공했고「프랭클린·루스벨트」는 당내 개혁주의자 세력과 기성세력의 연함을 발판으로 장기 집권한 반면「윌리엄·브레이언」「애들라이·스티븐슨」같은 개혁주의자들은 그들의 정책이 시대를 너무 앞질렀기 때문에 실패하였다고 말한다.
70년대의 개혁주의자「맥거번」의 위치가「제퍼슨」에 가까운지 혹은「스티븐슨」에 가까운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제 예비선거와 전당대회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그도 자신의 좌표를 분명히 할 것이고 그때 민주당의 운명과 함께 분포별로 본 미국유권자들의 11월의 표의방향도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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