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사상최고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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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호남.충청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값이 싼 유사 휘발유 판매가 급증하자 주유소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에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경차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석유류 값 고공 행진=정부가 석유수입 부과금을 내렸지만 휘발유 등의 가격은 계속 치솟아 휘발유 1ℓ당 1천4백원 이상을 받는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무연 보통 기준)의 3월 첫째주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3백53.31원으로 전주보다 23.08원 올랐다.

제주도는 29.37원 올라 1천4백5.75원으로 전국 최고로 나타났고, 서울은 1천3백99.31원으로 1천4백원에 육박했다. 가장 비싼 곳은 1천4백40원, 가장 싼 곳은 1천2백29원이다.

디젤 차량용 경유도 전주보다 평균 21.83원 상승한 8백12.61원에 판매됐다. 경유 가격이 8백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백98.86원에서 35.7%(2백13.75원) 올랐다.

보일러 등유는 6백78.38원으로 지난해 동기(5백4.93원)에 비해 34.4% 상승했다.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의 소비자 평균 가격도 5백77.69원으로 역대 최고다.

유사 휘발유 논쟁 가열=서울.대전.광주 지역 등의 주유소들은 8일 유사 휘발유인 세녹스.LP파워를 즉각 단속하라고 정부는 요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일제히 내걸었다. 이들 제품은 휘발유보다 ℓ당 3백60원 정도 싼 9백90원으로 전국적으로 하루 50만ℓ씩 판매되고 있다.

주유소협회는 신문 광고를 통해 이들 제품의 문제점을 홍보하는 한편 정부가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일선 주유소들이 휘발유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그러나 '세녹스' 판매법인인 지오에너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가 첨가제로 인정한 제품을 합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정유업계와 산업자원부가 부당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4월부터 휘발유 대신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석탄액화에너지를 남아공화국에서 수입해 '솔렉스'라는 상표로 판매한다고 밝혀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소비자들 경차 외면=차값이 싸고 연료비도 중형차의 40~50%, 소형차보다 25% 적게 드는 경차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자동차 내수판매가 전년도에 비해 2.3% 증가했으나 경차는 32% 감소했다. 승용차 중 경차의 내수 비중은 98년 27.6%를 차지했으나 99년 14.2%, 2000년 8.8%, 2001년 7.7%, 2002년 4.7%, 올들어서는 2월 현재 3.8%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자동차공업협회는 9일 경차 구입시 취득세.등록세.공채 매입 등을 면제하는 등 경차 보급을 늘릴 수 있는 지원책을 정부가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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