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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밀실 선거풍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늘 일 자민당총재선거의 결선투표에서 전중각영씨가 2백82표로 승리했다.
숨막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꼬박이 l년 동안 5백억원 이상이나 뿌린 값진 「게임」이 있으니 말이다.
일본에서의 권력의 제1인자는 수상이다. 그것은 국회에서 기명투표로 선거된다. 그러나 이것은 한낱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자민당선거가 실질적인 수상선거가 된다.
모든게 마비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건 밖으로만 그렇다. 자민당안에서는 숨막히는 암투가 몇달전부터 벌어져 왔다.
그동안 5백억의 돈이 뿌려졌다고들 한다. 4백78명의 대의원들에게는 다시없는 대목이기도하다.
이번이 12회째이지만 가장 아슬아슬했던 것이 2회 때 였다. 이때1차 투표에선 안신개씨가 1위였다. 그러나 과반수미달로 결선투표로 들어간 결과 2위였던 석교에게 역전패했다.
이때 표차는 불과 7표였다. 물론 그 막후에선 매수와 「포스트」의 약속이 난무했었다. 가장 추악했던 것은 7회때의 일. 온갖 진담이 다 생겼다. 양쪽에서 다 돈을 받은 것을 「닉가」라 했다. 세파로부터 돈을 우려내는 것을 「산토리」라 했다. 돈만 먹고 시치미뗀 얌체대의원들은 「올드」파라고 했다. 모두 술 이름이다.
그밖에도 파벌을 송두리째 자기편에 집어넣는 『트롤망법』이 있는가 하면 한명씩 격파시키는『외바늘 낚이』가 있었다.
이처럼 기괴한 흥정과 추악한 매수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상선거 때는 표를 돈으로 매수하면 법에 의해 처벌된다. 그렇지만 총재선거는 사당간의 일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많은 돈이 오가도 처벌 할 수 없다. 한 입후보자가 7억원을 먹고 사퇴한다해도 법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같은 추잡선거의 가장 큰 이유는 무기명투표제에 있다. 그래서 얼마전에 기명투표로 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실현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묵살됐다. 친분 관계 때문에 양식적인 또는 주체적인 투표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일본에서는 정치가 국민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밀실』 정치라는 말도 있다. 돈이 오가는 사이에 대의원들이 뽑는 자민당총재가 바로 수상이 된다. 국민은 전혀 상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밀실』은 좀처럼 뚫을 길이 없다. 그것은 자민당의 체질과 일본 정치의 생리가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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