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농지법의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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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농지소유와 경작의 관계가 농지개혁법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해서 현실에 맞게 농지법을 새로 제정키로 했다 한다.
지난 68년에 전문44조 및 부칙5조로 국회에 제출했다가 자동폐기된 이 법안을 농림부는 지난 2월부터 다시 보완해서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 한다.
새 농지법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항은 ①농지소유상한제의 조정 ②임대경작허용문제②임대료문제④대리경작명령 등이라 하겠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의 여부는 이 나라 농업생산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신중히 다뤄야 할 문제들이다.
첫째, 농지소유의 상한제를 부분적으로 폐지하느냐, 아니면 상한을 확대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농지법개정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부분이라할 것이다. 68년 당시 정부가 농지소유의 상한제를 폐지하려한 뜻은 도시자본을 농촌에 끌어들인다는데 있었던 것이나, 도시자본이 기업적인 목적으로 농촌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비현실적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오늘날 도시자본이 농장 또는 목장형태로 임야에 투자되는 경우를 볼 수는 있으나 주곡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이 나라 농촌사회구조로 보아서 이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답의 소유를 규제하는 농지법에서 기업농을 예정한다면 그것은 기계화 농업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보아 대차가 없다 하겠는데, 이를 전제로 농지법을 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겠는지 당국은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임대경작의 허용범위를 확대시키자는 점도 농촌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변업시키는 요인을 내포하고있어 세심한 검토를 가해야 할 사항이다. 임대경작을 제한하고 있는 현재에도 이른바 고지농이 크게 번지고 있어 실질적인 소작관계가 확대되고 있는데, 임대경작을 법적으로 완화시키는 경우, 소작농의 일반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소작농의 비율이 커지고 있으니까 이를 법적으로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에는 분명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농업생산성향상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게될 소작농제의 실질적인 허용을 기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안목의 농정방향이 될 것이냐는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농지법을 개정하는데 있어 당국이 주목해야 할 점은 농정의 기본방향과 농지소유의 관계를 어떻게 연관지을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농정의 중심을 주곡농업체제를 탈피시키는데 둘 것이냐, 아니면 이를 존속시키는데 둘 것이냐에 따라서 농지제도는 그 방향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주곡농업을 중심으로 하며 식량자급을 가장 시급한 농정의 과제로 삼는 한 농지소유의 제한 때문에 주곡의 증산이 저해된다고 볼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정의 기본방향을 먼저 확실히 설정하고 나서 농지제도를 손질해야 하겠음을 우리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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