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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없는 대결서 대화 있는 대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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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과의 직접교섭 추구로 통일을 모색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인구 비례에 의한 통일 방안에 변동을 가져온 것인가?
『합의 본 통일 원칙은 실질적으로 우리의 통일방침과 다른 것이 없다.
첫째 유엔은 외세라 할 수 없으므로 외세 없이 자주적으로 하자는 것이 유엔 감시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둘째 「평화적 통일」은 우리의 기본방침이고, 셋째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자는 것은 민족의 염원을 정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반공을 국시로 한 점에 비추어 평양이나 서울방문허용, 공동성명 발표 등은 국내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닌가? 국민은 당황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론을 통일할 것인가?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라도 전쟁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대통령의 통치권으로 평양을 방문한 것이다. 지금까지 반공을 국시로 하고 승공교육을 많이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화 없는 대결에서 대화 있는 대결로 전화하는 중대한 찰나에 이르렀다. 공산주의자들은 남침을 해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고 계속해서 비정상적 투쟁방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대화를 가져온 것이며 앞으로 그들이 투쟁방식을 바꾸어 얼마나 성의 있게 나오느냐에 따라 알맞는 시책을 쓸 것이다. 대화가 불법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전쟁을 꼭 막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그것을 방지하자는데 의도가 있는 것이다.

<새 시대 맞춰 법 보완>
법적 제도적 면에서 어떤 것은 바꾸고, 어떤 것은 보완하고 신설해서 새 시대에 알맞게 갖추어야할 것이다.
-공동성명을 보면 긴장완화로 통일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는데 이것으로 과연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보는가?
『한반도의 긴장은 지금 세계 어느 곳보다도 도가 높다. 이런 긴장 때문에 박대통령의 분부에 따라 이런 성명을 내게 된 것이다.
긴장완화의 문제는 앞으로 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대화가 곧 긴장완화나 평화는 아닌 것이다. 국민들은 대화가 있으니까 맘을 놓아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국민이 뭉쳐서 뒷받침해 주지 않으며 거꾸로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통일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국내체제의 개편이 필요하지 않은가? 정계 개편도 고려되는가?

<보수간 반목 삼가야>
『중앙정보부의 한계점을 넘은 질문이다. 과거의 남북 대결은 반목이었으나 이제 대화의 대결로 전환된 만큼 과거체제의 보완, 법적 뒷받침, 보수끼리의 반목 등은 대화의 뒷받침을 위해 여러 모로 생각할 문제이다.
정계 개편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도 있지만 답변은 안 하겠다.』
-앞으로 북괴와 김일성의 호칭은 어떻게 할것인가? 반공법도 고칠 것인지?
『남북간에 중상 모략을 말자는 것은 한 민족으로서 있어야할 모습을 정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중상모략은 같은 민족으로서는 비굴한 일이며 딴 민족에게도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헐뜯고 욕하는 것을 삼가서 남에게 추태를 보이지 말자는 것이다.
그 한계는 앞으로 남북간에 더 얘기되어야겠지만 개인의견으로는 「북한 괴뢰」·「남조선 괴뢰」따위는 좋은 표현으로 바꾸어야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법을 고치고 제도를 강화하는 문제는 정부와 입법부가 할 일이다.』
-사실상 남북정치 협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잇는데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북간 감군 협정을 맺자고 한 김일성의 제의를 어떻게 생각하나?
『평양을 처음으로 갔다온 사람으로서 지나친 비방은 삼가겠다.

<앞지른 제안 상투적>
그러나 북한은 언뜻 보기에 가장 좋아 보이는 앞지른 제안을 하지만 말의 선적이고 외교를 해왔다. 그들은 당장 정상회담을 열자고 할만큼 앞지른 제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어디까지나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성실한 외교를 해왔으며 비현실적인 선전 외교방식인 저들의 수법은 내가 답변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잘 알줄 안다.』
-이 부장과 김영주 부장의 회담은 계속될 것이며 그 이상의 고위회담이 이루어질 것인가? 그리고 이번 협정은 우방과 사전협의가 되지 않았는가?

<우방과 협의 없었다>
『언젠가 역사가 밝혀주겠지만 이번 협정은 미국·일본 등 우방과 결코 협의해서 한 것이 아님을 밝혀 둔다.
우방에서는 지금 이 순간 외무부장관이 통고해 주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앞으로 자주 만날 터>
김 부장과는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이지만 남북조절위원회가 언제 열릴 것인지 말할 수 없으나 빠른 시일에 열릴 것으로 본다.』
-김일성과 만났다고 했는데 그 회담 내용과 그때의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안 밝히겠다. 그러그러한 회담 결과로 이러한 공동성명이 나왔다. 밝히지 못해 미안하다(웃음). 나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평양에 갔다.

<비장한 각오로 북에>
그러나 막상 들어가서는 오히려 마음이 푹 놓여지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평양에서는 비교적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판문점 「자유의 집」에 되돌아 왔을 때 비로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북괴와의 약속이 성실히 이행될 것인지, 만약 어겨졌을 때의 대책과 상호교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북한측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믿어 마지않는다. 5천만 민족이 주시하고 온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약속이행 두고봐야>
그러나 북한측이 과연 성실히 지킬 것인가는 두고 보아야할 문제다.
상호 교류는 인적·물적·통신적·사회적·정치적 여러 가지의 교류를 말하는 것이다.』
-남북조절위원회와 지금 진행중인 남북적십자회담은 서로 어떠한 관계를 갖고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가?
『남북적십자회담은 인도적 문제이며 조절위원회와 병행시킬 것이다.
조절위원회는 남북적회담이 벽에 부딪치거나 할 때 밀어주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협정 내용 중 통일방안이 김일성이 주장하고 있는 슬로건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자주적·평화적 통일구상은 과연 서 있는 것인가?
『공동성명 안에는 북한측이 선전적으로 강조해온 내용이 들어 있으나 그것 보다 우리 정부가 항상 주장해온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잇다. 남북간은 제도가 다르니 서로 이해를 증진시켜야 하며 우리는 각오하고 힘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부장이 만난 북한측의 김영주는 북한내의 권력구조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인가?
『김영주는 부장의 김일성이 실제로서 당의 정치위원·중앙위원이며 강력한 당의 조직지도부장이다. 실제 그 사람이 어떠한 실권자인가 하는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여러 분들이 다른데서 알아보면 될 것이다.』
-처음으로 평양에 갔다온 후에 거기서 느낀 현지분위기와 또 새롭게 느낀 것이 있을 텐데- 그리고 박성철이 서울에서 받은 인상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박성철 부수상이 서울에 와서 내가 평양서 대접받은 것에 상당한 대접을 해주었다. 그 사람이 서울에서 자본주의체제를 보고 어떻게 느꼈나하는 문제는 내가 눈치챘다해도 말할 성질이 못 된다.
내가 평양에서 받은 인상은 공식으로 밝히지 않겠으나 남북회담이 진행되면 여러분들이 직접 평양에 갈 터이니 그때 여러분 자신이 보고 느낄 것이다.』
-남북조절위원회는 언제쯤 구성되고 구성범위는 어떠한가?
『쌍방 3∼5명 정도의 위원으로 구성하자는 얘기가 오갔지만 구체적으로 몇 명으로 구성할 것이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합의를 못 봤다.

<조절위 구성 곧 할터>
조절위원회는 빠른 시일 안에 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쌍방이 무력 도발을 막는 적극적인 조치를 위하겠다고 했는데 그 내용은?
『무한범위로 표현한 것이다. 정전위원회는 휴전협정에 의거한 것이지만 군사적 문제만이 아닌 모든 전쟁을 막는 방법을 포함한 것이다.』
-공동성명 내용 중의 제반교류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기 바란다.
『남북 통일만을 위한 정치회담은 자칫 잘못하면 실패할 것이나 그에 앞서 남북간에 교류를 해서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사회간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

<정치회담 앞서 교류>
여하간 많은 사람이 남과 북에서 왕래해서 사회체제를 이해하는 것인데 그 속엔 기자 여러분도 포함되어 있다. 교류를 하지 않고 봉쇄된 상태에서는 몇 사람의 장난으로 그르칠 우려가 있다.』
-김일성의 회담 내용을 밝힐 수 없는가?
『김일성과는 두번 만나 상당한 시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김일성도 할 얘기를 다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는 말하지 않겠으며 그 문제는 더 이상 묻지 말아주기 바란다.』
-이번 남북대화와 관련, 보안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이 어떤 방식으로 있을 것인가. 비상사태와 관련한 국민의 자세는 어떠해야한다고 보는가?
『앞으로는 모르나 지금까지 공산주의자와의 대결체험은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 공산주의자의 만행을 보면 처참한 대결이었다. 비상사태 선언은 전쟁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라 전쟁을 막자는 것이었다.
공산주의자와의 대화는 전쟁만큼이나 어렵다. 이 대화에서 평화를 찾으려면 총력 안보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비상사태 선언, 즉 총력안보체제는 대화를 하면 할수록 뒷받침되어야 대화를 성공하게 할것이다. 보위법·보안법 개정문제는 좀 성숙되지 않은 감이 있다. 그러나 대화 없는 대결에서 대화 있는 대결로 옮기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나 어떻게 고치고 보완하느냐는 정치인들이 할 문제다.』

<실무자 등 3명 대동>
-이 부장과 평양에 간 사람, 박성철과 서울에 온 사람 수효와 명단을 밝힐 수 없는가?
『내가 평양 갈 때는 실무보좌와 경호를 위해 3사람 데려 갔다. 저쪽에서 서울 올 때는 박성철과 4명이 왔다. 같이 온 사람이나 데리고 간 사람의 명단은 밝히지 않는게 좋겠다.』
-데리고 간 사람은 경호원뿐인가.
『실무보좌관이 한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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