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식품과 곰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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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식품 중에는 곰팡이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도 많다. 혹은 식품에 생기는 곰팡이는 약이 된다든가, 된장·간장에는 곰팡이가 나야만 좋다는 등 곰팡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곰팡이의 「시즌」이기도 하다. 곰팡이의 생태와 공과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가공식품 중 예를 들어 청주나 간장·된장은 곰팡이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치즈」중에도 곰팡이를 이용한 「블루·치즈」도 있고 「페니실린」도 곰팡이를 이용한 약이다.
그러나 가정에서 식품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김치가 한창 맛이 날 무렵 흰 곰팡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 흰곰팡이는 유산균에 의해서 생기는 신맛을 빼앗아 김치를 떫게 한다. 뿐더러 흰곰팡이는 산소를 만들어 식물의 섬유를 용해시키기 때문에 김치가 그만 흐물해진다. 그래서 김치에 곰팡이가 생기면 무·배추가 물러버려 영양가도 맛도 없어지게 마련이다.
「치즈」와 흰떡·된장·간장 등에도 곰팡이가 「아미노」산 등 맛있는 성분을 빼앗아 버리기 때문이다.
「치즈」와 된장 같은 고형식품은 곰팡이 난 곳만 잘라내든가, 덜어내면 그대로 먹을 수 있지만 간장의 경우엔 역시 전체의 맛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된장과 간장에 나는 곰팡이가 오히려 방부제 역할을 하고 좋은 것이라는 말은 잘못이다. 좋은 재료로 충분히 양조된 것은 천연 방부 성분이 함유돼 있어서 쉽게 곰팡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흰콩 대신 콩깻묵을 이용했거나 「아미노」산 액을 섞든가, 양조기간이 충분하지 못한 것, 그리고 공장의 제품살균이나 관리가 소홀한 것일수록 곰팡이가 나기 쉽다.
한가지 아무리 좋은 간장이라도 덜어놓고 먹는 식탁용 간장 병에 곰팡이가 나 있으면 맛이 곧 변한다. 또 식빵을 담아두는 「케이스」나 작은 그릇들도 철저한 정결이 필요하다.
곰팡이의 독소 중에도 땅콩에 난 것이든가, 변질된 쌀에서 생긴 것이 크게 문제된 일이 있다. 오래 전 영국에서도 칠면조의 모이로 곰팡이 난 땅콩을 먹이었다가 많은 칠면조가 죽은 일이 있고 전후 일본에서는 남양에서 생산된 수입쌀 중에 황변미균이라는 곰팡이가 생겨서 크게 말썽을 일으켰었다. 이와 같은 곰팡이의 독은 주로 간장장애나 간암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결국 관리가 잘 된 공장에서 가공식품에 이용하는 곰팡이 이외에 가정에서 조리한 음식이나 저장하는 쌀·밀가루·콩 등의 곡류에 생기는 곰팡이는 전부 독소를 품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발견되는 곰팡이는 발생처가 어느 곳이든 철저하게 정리하도록 하고 곰팡이가 나면 전체에 영향을 주는 김치나 간장 등에는 처음부터 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곰팡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될 수 있는 대로 집안을 구석구석마다 건조시키는 것이다. 부엌에는 환기「팬」을 달아 조리할 때 나는 수증기를 충분히 몰아내도록 한다.
그리고 조리기구와 그릇 등은 소독과 손질을 철저하게 한다. 특히 찬장과 냉장고속에 곰팡이의 포자가 들어가지 않게 처리한다. 곰팡이가 난 식품이나 곰팡이 난 부분을 잘라낸 것은 포자가 날지 않게 「비닐」봉지에 담아 봉해서 버린다. 곰팡이의 포자가 날아 집안에 퍼지면 걷잡을 수 없도록 퍼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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