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전·전중의 대결 일 자민당 총재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박동순특파원】수상직과 연결되는 자민당 총재선거를 에워싼 경쟁은 선거일(7월5일)을 열흘 앞둔 금주부터 중반전에 접어드는 느낌이다.
1주일 남짓했던 초반의 열전은 네 후보가 계출을 끝낸 가운데 대결의 양상을 복전 대 전중의 양 후보로 압축했을 뿐, 나머지 각파의 캐스팅·보트를 장악키 위한 암중모색이 계속됨으로써 전선이 명확히 둘로 구분, 확정되지 못한 채 혼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면서도 초반의 전세에 비교적 큰 변화를 미친 것이 중조근의 불출마 및 전중지지 선언.
이를 계기로 좌등·복전와 반복전 4파연합의 대결이 첨예화하고 동시에 좌등 수상에 의한 「각복주정」의 여지가 완전히 봉쇄되어 복전우위의 느낌이 강했던 세력판도는 『팽팽한 균형』으로 옮겨간 듯하다. 반복전 4파가 굳게 결속해서 결선투표에 임한다면 관망상태의 중간 각파도 동조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전진영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까지는 못 가더라도 2위(전중)와 큰 차가 나는 표를 얻음으로써 결선투표에서 「눈사태」현상을 유발, 압승』하려던 당초의 전략을 수정, 1차 투표 때의 과반수를 목표로 상대진영에 대한 파벌단위의 와해공작과 함께 한사람 한사람을 설득해서 끌어들이는 『일본조』 작전을 강화하는 등의 반격작전에 나서고 있다.
이 『일본조』 작전은 지전전 수상과의 수상경선에서 근소한 표차까지 육박했던 좌등 수상의 장기.
그런데 반복전진영에도 문제는 있다. 느닷없이 전중지지를 선명히 표방, 별동대로 돌출한 중조근파의 동향은 「전중정권」 아래서 대평중조근 양파가 중핵세력화할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장차의 지위가 불리해진 삼목파의 부분적 반발을 유발하는가 하면 중조근의 전중지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중조근파 전원(40명)이 이에 동조할지 역시 의문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조근의 적극적인 전중접근은 심지어 대평파에까지 불안감을 주고있다.
이 때문에 복전파에서는 이른바 뉴·후꾸다 노선을 내세워, 지금까지 정책면에서 가장 거리가 멀었던 삼목파와의 노선접근을 추진하면서 복전-삼목 제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조근파의 돌연한 전신은 결과적으로 양후보 이외 각파가 전세에 미치는 비중을 한결 크게 해준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선거전은 금력과 자리를 미끼로 한 본격적 흥정으로 발전해 갈 전망이 더욱 짙어졌다.
특히 이번 선거는 『파벌의 보스를 기수, 구성원을 말로 친다면 말이 폭주하고 기수는 떨어질 듯이 말에 매달려 있다』고 표현되리만큼 파벌자체의 행동통일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분된 각파도 그렇지만 중간 5파도 우선 중간파 전체의 행동통일 기도가 완전히 좌절됐을 뿐 아니라 표면적인 추명(21명), 수전(19명)파의 전중경사, 원전(13명), 석정(18명)파의 복전경사 및 선전(중의원 의장=14명)파의 중간위치를 고수하려는 개방적 움직임 역시 파벌전체를 바라는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이번 총재선거에 동원될 자금의 크기와 주고받는 쪽의 기상천외한 응수가 관심거리로 되고있다. 일본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은어만을 훑어보더라고 ▲2파에서 돈을 받는 닉까(위스키 이름) ▲3파에서 받는 단토리(역시 위스키 이름) 심지어는 ▲이각대복 4파에서 각각 두 번씩 돈을 받는 8개교 ▲중조근을 포함한 5파로부터 받는 오가보가 있고 ▲각파에게서 받을 대로 받고 막상 투표는 포기하는 올드·바(위스키) 그리고 이에 맞서 ▲투표성향분석을 위해 특수 볼펜을 쓰게 하는 볼펜작전 ▲매수를 끝내고서도 표면상 상대 후보파로 남겨두는 「인자부대」 등 얼마든지 있다. 그럼 동원·살포되는 자금의 규모와 단위는 얼마인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지전-좌등결전의 경험 등으로 미루어 한파에 최고 20억원일 가능성, 살포단위는 최저 50만원에서 3백만원, 심지어는 1천만원설이 나오고 따라서 전달방법도 주간지에 끼워주던 것이 위스키 상자로 바뀌어졌다는 얘기가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에 자치성이 공표한 71년도 각 정당 및 정치단체별 정치자금 수지보고에서 총액 3백86억원 중 89억원을 차지한 자민당의 파벌별 랭킹도 ⓛ복전파 6억7천만원 ②전중파 6억6천만원으로 거의 대등하며 ③좌등파가 5억4천만원으로 전중파에 2위를 뺏겼고 ④대평파가 5억2천만원으로 좌등파에 육박하며 ④삼목파 4억5천만원 ⑤중조근파 4억4천만원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로 눌어나 이미 오래 전부터 각파의 선거작전이 치열히 전개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그럴수록에 『승마에 걸겠다』는 유동각파의 관망자세는 신중해지고 따라서 사태는 종반의 마지막 고비, 경우에 따라서는 결선투표 단계에 가서까지 급전할 가능성을 간직한 채 아직도 당분간 예단불허의 혼미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한편 한나라의 수상을 뽑는 이렇듯 격렬하면서도 은밀한 경쟁이 일본 국민과 야당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자민당원과도 무관한 자민당 국회의원 4백31명(중의원 2백97명·참의원 1백3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연의 지방대의원 47명 등 도합 4백78명에 의해 치러지는「유리컵 속의 폭풍」에 불과하며 그러기 때문에「밀실선거」를 규탄하고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움직임인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