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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셴코 "EU 편입" 단식투쟁 …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에 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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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티모셴코 전 총리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럽연합(EU)과 포괄적 경제협정 체결 중단 선언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휴일이었던 24일 저녁엔 10만여 명(경찰 추산 5만명)이 수도 키예프 시내 정부청사 인근 유럽 광장에 모였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여기에 친정부 시위대 1만 명도 시내로 밀려나와 긴장감을 더했다. 흥분한 시위대가 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이루어졌 다. 시위대 중 일부는 텐트를 치고 시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시위가 이처럼 격렬해진 이유는 불과 며칠 전까지 EU와의 협정 체결이 기정 사실로 논의돼 왔기 때문이다. EU 편입을 희망한 시민들은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일부다”는 구호를 외치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2004년 대선 부정선거로 촉발된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집권 여당 후보로 나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2개월간 계속된 시민 저항에 밀려 다시 치른 선거에선 패했다. 그러다 2010년 오렌지 혁명의 주역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꺾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협정 중단 소식에 단식 투쟁을 선언하며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로 수감중인 티모셴코는 변호사를 통해 “정부가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계속 우크라이나를 대표해선 안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어 “멈추지도, 뒤돌아보지도 말고 전진하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티모셴코의 단식 선언 이후 모든 면회를 금지했다.

 야누코비치가 EU와 협정 체결을 중단하기까지는 러시아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협력체’와 ‘관세동맹’ 가입을 촉구해 왔다. 공개적으로 EU와의 협정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최근엔 교역 규모를 줄여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 야누코비치로서도 EU와 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인 숙적 티모셴코의 석방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U는 그동안 티모셴코의 석방과 함께 사법체계 개선 등 개혁을 요구해 왔다. EU는 25일 러시아를 겨냥해 “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보여준 시위는 EU와의 협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발이 지속되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EU에서 통용되는 규칙이 아직 취약한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어 협정 체결을 중단했을 뿐 우크라이나를 EU 기준에 맞는 사회로 만들려는 정책 노선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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