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연구소의 허위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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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가 다른 기관의 감정과 현저히 다른 사례가 많다는 피해자들의 고발에 따라 감정 작업에 부정이 끼였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수사방침에 따라 국립과수연 필적 감정인 3명을 입건하고 조사중이라 한다.
검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인을 입건 조사하게 된 경위를 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마저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하는 의혹을 갖게 된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법원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은 믿기 어렵다』고 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을 배척해 온 일까지 있었다 한다.
검찰이 중요한 증거로서 제출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이 육군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와 달라, 무고하게 구속 입건된 사람이 법원판결로 무죄 사면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허위사문서 작성자들의 필적 감정에서 위조사문서가 아니라는 감정을 하여 진범인까지도 사술을 써 석방시킨 일이 있다고 한다.
국립과수연은 국내에서도 굴지의 국립감정기관이기에 이제까지 그 감정 결과가 절대적이라고 믿고 수사·기소해 온 검찰이나 이 결과에 따라 판결을 해온 법원이 이들 감정인들의 이 허위감정에 놀아난 격이 되었다면 이들 기관의 당혹과 노여움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과학수사의 명분 때문에 국립과수연의 감정은 무조건 믿어 왔는데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하면 이는 중대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연구소 직원들의 허위감정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볼 때 시민은 그렇다면 누구를 믿어야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국립과수연은 명실공히 내무부장관 산하의 범죄수사를 위한 과학적 수사기관의 일부이다. 이 직원들은 범죄수사에도 종사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해관계를 가진 사범에 관하여는 감식을 할 수 없도록 하여 부편 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국가공무원들이 허위감정혐의로 입건되었다는 것은 비단 몇몇 부정공무원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요, 국가공무원의 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져 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들은 필적감정 등이 극히 어려운 일임을 내세워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의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건도 아니고 수건의 감정이 잘못되었으며 또 60년 이후에 조작된 서류를 40년대 초에 작성된 서류라고 감정했다니 이것은 상식으로써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 연구소 직원들의 허위감정은 국가의 공신력을 좀먹는 것이기에 철저한 수사를 내려 허위감정을 한 공무원을 가려내어 일벌백계의 처벌을 하여주기 바란다.
검찰 자체는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 별반 의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그 감정의 신빙성이 거의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연구관들은 대개가 5급 내지 3급 공무원으로 그들은 박봉에 허덕이고 있기에 유혹도 클 것이다. 정부는 성실한 연구직 공무원들에게는 충분한 연구비를 주어 생활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며 조금이라도 부정의 혐의가 있는 자는 가차없이 도태하여 국가감정기관의 공신력을 회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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