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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내신 절대평가로 바뀌자 “국제중 일단 가고보자”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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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 눈·비, 어린이집 및 일반 유치원 맑음, 영어몰입교육 초등학교 흐림….

 江南通新이 교육 전문가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전망한 2014학년도 교육 기상도다.

 그야말로 필수 중의 필수였던 영어유치원, 그리고 대기업 오너 자제가 줄 지어 들어갈 정도로 콧대 높던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한 사립초등학교의 전망이 이렇게 어둡게 바뀐 건 교육정책 변화 탓이 크다. 입시 비리로 존폐 논란까지 야기됐지만 서울권 국제중의 인기는 별로 꺾이지 않았다. 대원·영훈 국제중 원서접수 마감(28일까지)이 아직 끝나지 않아 과거와 경쟁률 비교를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일선 초등학교 6학년 교실 분위기와 입학설명회 참석 열기로 봤을 땐 오히려 예년을 뛰어 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어떤 제도, 또 어떤 교육 환경이 학부모 마음을 이렇게 움직인 걸까.

 영어유치원 인기가 시들해진 건 누리과정과 보육료 지원 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누리과정을 도입하고 대상을 늘려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는 만 5세, 올해는 3~4세로 대상을 확대했다. 유치원·어린이집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모든 유아의 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게 누리과정의 핵심이다. 학부모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국·공립 유치원은 6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22만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영어유치원, 즉 공식 명칭으론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을 다니면 양육수당 10만원만 받을 수 있다. 교육부 교육통계과 조홍선 사무관은 “경제적 측면에서 일반 유치원이 더 이익인 데다 누리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려는 학부모가 늘면서 일반 유치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유치원에 들어갈 연령(만 3~5세) 인구는 2만 명 이상 줄었지만 유치원에 들어간 원아 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65만8188명이었다”고 말했다.

 사립초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다만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학교에 대한 인기는 주춤해졌다. 국내에서 영어몰입교육을 처음 도입한 영훈초의 2014학년도 경쟁률은 지난해 5대 1에서 3.3대 1로 뚝 떨어졌다. 반면 영어몰입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 계성초는 5.6대 1에서 6.5대 1로 높아졌다. 이는 교육부가 10월 ‘사립초 영어 교육 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쉽게 말해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하겠다는 거다. 교육부는 이외에도 1·2학년 영어 수업과 외국교재 사용을 금지하고,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영어 수업 시수는 줄이겠다고 밝혔다. 영어로 수학·과학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은 17년 전 영훈초가 처음 시행한 이래 다른 사립학교가 잇따라 도입했다. 학부모가 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강경한 방침이 나오자 올해 경쟁률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사립초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교육부 영어교육팀 이진화 사무관은 “영어몰입교육은 방과후학교로 전환될 것”이라며 “학교 측에서 제대로 시정하지 않으면 폐교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훈초 신명기 교감은 “교육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올해 입학경쟁률이 떨어진 건 교육부의 ‘사립초 영어 교육 정상화 방안’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입시 비리로 2015학년부터 전면 추첨제로 바뀌는 국제중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했다. 지난 9월 대원국제중 입학설명회에는 지난해의 2000여 명보다 많은 2500여 명이 몰렸다. 이미 입시가 끝난 청심국제중은 일반전형 경쟁률이 지난해 13.86대 1에서 올해는 14.48대 1로 올라갔다.

 국제중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는 이유엔 중학교 내신평가 방식도 작용한다. 상대평가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만 받으면 동일한 등급을 주는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국제중이 내신에서 손해 볼 일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절대평가 도입으로 국제중 학생이 특목고에 지원할 때 불리한 게 없어졌다”며 “외고 등의 특목고 입시에서 절대평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할지 아직 확정이 안 됐지만 학부모 사이에서 ‘일단 국제중에 가고보자’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국제중은 2015학년부터 선발 방식이 달라진다. 서류전형이 사라지고 100% 추첨으로 학생을 뽑는다. 하지만 청심국제중은 현재 선발 방식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유지할 계획이다.

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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