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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의 미 합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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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당면 경제대책에 고심하고 있는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협의단과 하반기에 이끌어갈 주요 정책들을 절충한 결과 중요한 몇 가지 한도설정 문제를 미 합의로 남겨둔 채 협의를 종결지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IMF 협의단이 떠난 20일 하오 남 재무부장관은 IMF 협의단과 5개항의 주요 정책목표를 절충했으나 이중 3개항에만 합의하고 나머지 2개항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다시 절충을 시도해야할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즉 합의라기보다는 양해로 받아들여야할 3개항은 ①작년 6·28환율인상이후의 환율 재유동화로 국제수지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가져왔다는 점에 만족을 표시하고, 하반기에도 유동화를 계속, 물가안정이 된 다음에 환율의 안정을 기하도록 한다 ②계속되는 세입부진으로 하반기에도 재정의 적자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 한은의 대 정부 여신확대를 국내여신한도에 반영키로 한다 ③이미 체결된 「스탠드바이」차관 3천만 불은 연말까지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한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미 합의 된 2개항은 ①통화량을 연율20%로 증가시키는데는 양해가 성립되었으나 국내여신의 증가폭에 대해서는 양측의 제시 폭이 달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②대외준비자산을 의미하는 순 외화자산 한도를 얼마로 할 것인지도 미 합의 상태라는 것이다.
통화의 국제 신인도와 관련한 이 같은 IMF와의 주요 정책협의 결과는 전례 없이 미 합의 사항으로서 국내통화정책이 반영될 국내여신한도 설정과 외환정책이 반영되는 순 외화자산 한도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경제가 현재 어떤 문제에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고 그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반영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첫째, 국내여신한도 문제는 통화「인플레」를 규제하기 위해서 상한을 결정하는 것인데 정부는 재정적자요인, 불황 타개를 위한 유동성의 공급확대 필요성 등을 감안해서 연율30%의 증가를 제시했으나 IMF는 연율24%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국내여신한도 문제가 미 합의 상태라는 것은 통화량을 연율20%로 증가시키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며 사실상 현재 외채상환에 따른 외환부문의 통화환수, 재정의 적자요인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대외지불 증가에 따른 국내통화환수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가 그 상환자금의 금융부담을 고려해서 높은 율의 여신증가를 제시한데 대해 IMF측은 국제수지의 불안정과 수입수요의 규제를 위해 여신의 지나친 공급을 회피하라고 요구했으리라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둘째, 순 외화자산 한도의 미 합의는 환율문제와도 관련되는 것이며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문제인데 정부와 IMF가 이견을 보였다는 것은 우리가 IMF가 제시한 정도의 외화자산을 유지할 수 없는데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순 외화자산의 최저한도를 어느 선에서 적정하게 유지해야 할 것인가는 경상거래와 자본거래의 지출부담에 일정비율로 접해지는 것이며 순 외화자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외준비는 견실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순 외화자산을 늘리려면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거나, 현금차관을 들여오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환율정책과 연관되는 문제인 것이다.
만약 현금차관이 국제적 환경과 국제수지의 중압가중 때문에 뜻대로 이룩되지 않는다고 하면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길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환율정책의 개입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IMF가 현재의 유동환율 정책이 국제수지개선에 뚜렷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현 환율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권고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구매력 평가환율을 기준해서 물가안정 후에 환율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문제는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안정을 선행해야만 수입부담이나 차관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막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환율정책은 다분히 선택적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제수지의 개선을 뒤로 미루고 국내안정에 우선할 것이냐, 아니면 국내안정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국제수지의 개선을 계속 추구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IMF협의단과의 협의과정에서 우리는 당면한 고민을 역력히 드러낸 것이며, 미 합의 사항의 재 절충을 통해 정책의 선택이 아직도 유동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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