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재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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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침체경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한 수단으로 당국은 금리를 월내에 또다시 인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기본정책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연후에 세부시책을 펴 나갈 방침이었으나 종합정책에 관한 관계부처간의 이견으로 기본정책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우선 급한 대로 금리부터 인하하기로 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경기침체과정이 심화하고 있는 마당에서 경제의 하강국면에 제동작용을 해야 할 필요는 절실하다 하겠으며, 때문에 금리인하조치는 충분히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조치에 따르는 문제점들도 결코 가벼이 넘겨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문제를 경기대책만 생각해서 경솔히 결정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우선 금리인하의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 하는 문제는 금리인하 폭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금리인하는 물가상승추세가 안정화할 수 있는 시점에서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겠는데 지금 그러한 전망이 서 있는지 깊이 검]토해야하겠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환율문제에 매듭을 짓고 나서 물가전망을 간단하고, 그런 연후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시기 선택에서 중요하다고 보는데 당국은 이 점을 고려치 앉고 있는 듯 하다.
둘째,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자금수급전망으로 보아 당국이 자신을 가지고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공화당은 이 문제를 우려해서 예금금리는 인상하고, 대출금리는 인하하자는 역설적인 건의를 하고 있는데, 여당이 금융자금수급전망을 우려할 상황이라면 금리인하에 따른 위험도 결코 가벼이 볼 것은 아닐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5월까지의 물가상승율이 7%선을 상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창조「메커니즘」이 완전히 변질되어 금융기관예금이 지금도 심한 정체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금리를 인하한다면 앞으로 통화증발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그 여파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도 우려할만한 것이다.
세째, 업계의 불황이 금리부담 때문에 심화하고 있다는 설을 일단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금리인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에는 여전히 의문의 서지가 있다.
오늘의 물가상승율로 보아서는 실질금리 부담률이 국제적으로 그렇게 높은 것이냐에는 이론의 서지가 있다. 업계의 금리부담률이 높은 이유는 실질금리가 높아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부채비율이 높은데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며, 때문에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금리부담의 압력이 크게 경감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업계의 성의있는 노력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는 오히려 기업의 부채비율 악화를 촉진시키는 모순만 가중시킬 염려조차 있음을 상국은 깊이 유의해야 하겠다.
끝으로 당국은 정책논리상 기본정책을 뒤로 미루고, 금리부터 인하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기를 우리는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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