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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의 막후 타결 모색-키신저 4번째 중공 방문의 저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헨리·키신저」 미 안보 담당 대통령 특별 보좌관의 네 번째 중공 방문은 지난 2월의 「닉슨」-주은래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닉슨」 대통령과 중공 수상 주는 상해 공동 성명에서 앞으로 미·중공 관계 정상화를 위해 고위급 관리의 교환 방문을 통해 정기적 협의를 계속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래서 「키신저」의 이번 중공 방문은 그의 첫 방문처럼 극적인 것은 아니다. 「워싱턴」과 북경에서 동시에 나온 발의에 의하면 「키신저」 방문 목적은 주와 함께 미·중공 관계 정상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나라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라고 해도 지금 단계로서는 학자·언론인·정치인·운동가 등 민간인 교류를 대폭 늘리고 통상의 길을 트는 정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대만이 「워싱턴」에 대사관을 가지고 있는 한 「유엔」 대표단 이외에 중공 외교 사절이 미국에 상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과 중공이 다같이 못박고 있다. 최근 중공 방문에서 돌아온 미 상원 민주당 원내 총무 「마이크·맨스필드」 의원도 말했듯이 지금 대만 문제를 해결할 시기는 아니다.
따라서 「키신저」-주 협의는 미·중공 양국 관계 문제보다 오히려 월남 문제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국제 권력 관계에 중점을 둘 것이 명백하다.
특히 「키신저」 방문이 중공이 월남전에 관해 미국을 규탄한 직후라는 점에서 월남 문제가 크게 취급될 가능성이 많다. 중공 외무성은 지난 12일 미국이 중공·월맹 국경 40㎞ 지점을 폭격한 것은 중공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신랄하게 규탄하고 월맹에 대한 지원 계속을 다짐했다.
중공이 그와 같은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한 것은 작년 7월 「닉슨」의 북경 방문 발표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중공의 이와 같은 비난은 이미 「키신저」의 4차 북경 발표가 결정된 다음에 나왔다는 것은 그것이 체면을 위한 호언에 지나지 않는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월맹 해상 봉쇄 이후 「하노이」는 소련과 중공에 육로를 통한 무기 지원 강화를 계속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키신저」는 중공의 자제를, 중공은 월맹 봉쇄의 조속한 해제를 각각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3일이래 북경에는 월맹의 원조 사절이 체류하고 있는데 「키신저」가 그들과 접촉하지 않을까 주목되기도 한다.
최근 「하노이」측 「파리」 협상 재개 촉구에 미국이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지난달 「닉슨」의 「모스크바」 방문 결과로 월남 문제가 막후에서 타결점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키신저」의 방중이 주목을 받는 이유의 하나는 소 연방 최고회의 간부회의 의장 「포드고르니」의 「하노이」 방문과 시기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악관은 「키신저」의 북경 방문과 「포드고르니」의 「하노이」 방문이 무관하다고 강조하지만 「업저버」들은 「닉슨」-「브레즈네프」의 「모스크바」 합의를 토대로 월남전에 모종의 새로운 진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소련-중공-월맹간의 삼각 관계로 보아 「하노이」를 상대로한 소련의 영향력 행사는 중공의 협조나 양해를 전제로 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키신저」의 북경 행차와 「포드고르니」의 「하노이」 체류가 크게 맥을 통한다는 억측이 나올 법하다.
심지어 「키신저」가 북경 방문을 마치고 「하노이」를 갈는지도 모른다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다.
백악관 당국은 『현재로서는』 「하노이」 방문은 「키신저」의 일정에 끼여 있지 않다고 말하여 이런 억측에 더욱 부채질했다. 미군용기에 몸을 담고 북경·소련·「파리」에 신출귀몰한 「키신저」의 지난날의 행적으로 보아 그가 북경에서 「하노이」로 직행한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밖에 「키신저」의 사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관계를 주와 토의하고 긴장 완화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은 소·중공·일본 등 이 지역 강대국들과의 일련의 개별적인 정상 회담을 마쳤다. 「키신저」는 개별적인 정상 회담을 통해 얻은 결론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얽힌 강대국들 이익의 최대공약수를 모색코자 할 것이다.
주로서도 미-소 정상 회담과 「키신저」 동경 방문에서 나타난 소련과 일본 지도자들의 「속셈」을 궁금히 여길 것이다. 「키신저」의 이번 중공 방문은 쌍무적인 정상 회담 위주의 제1단계 「닉슨」 외교 정책을, 다변적인 역관계의 재조정을 목표로 한 「닉슨」 외교 정책 제2단계의 출발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중공의 국내 정치 사정, 특히 권력 투쟁과 중·소 관계의 어느 정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안보회의 소집 합의를 통해 「닉슨」 외교 정책 제2단계가 전개되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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