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의 치기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국인관광객과 출입국자 및 환송객 등으로 붐비고 있는 김포국제공항에서 조차도 잡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국가적으로 큰 망신을 하고 있으며 외국관광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얼마전에는 경부국도를 달리고 있는 시외버스 안에서 갱을 방불케 하는 폭력소매치기단이 계속 출현하여 승객의 소지품을 약탈하는 둥 행패를 부림으로써 세인을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
이들은 4∼5명씩 떼를 지어 승차하고서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공공연히 범행을 저지르고 승객의 몸까지 뒤져 현금과 귀중품을 강탈하며, 이를 제지하는 승무원과 승객들에게 칼· 깨진 병· 주먹 등을 휘둘러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또 최근에는 서울시내에서도 여자들이 안심하고 길을 다닐 수 없을 만큼 대로상의 희롱· 추행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깡패들은 으슥한 변두리 골목길에서는 물론, 심지어 시내의 번화가에서 까지 대담 무쌍하게도 백주대로상에서 부녀자를 희롱하고 폭행을 일삼으며 핸드백을 강탈하는 사건 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부부싸움을 하는 것처럼 가장, 근처를 통행하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간계까지 농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이 부끄러워 좀처럼 해서는 고발조차 않기 때문에 그저 흥흥한 소문으로만 퍼지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 나라에서 그것도 외국인 출입객이 들끓는 국대관문에서 조차 소매치기가 날뛰고, 수도한 복판에서도 폭력배·치기배들이 난무하며, 시외 버스나 기차 안에서조차 어떻게 얼굴을 들고 만점치안을 자랑할 수 있는지 당국에게 묻고 싶다.
330수사대다, 기동순찰대다 하여 완벽한 보안확보를 다짐하는 각종 시책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이처럼 치기배가 난무하고 부녀자가 안심하고 길거리를 지날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문란한대서야 어찌 경찰이 제구실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그 동안에도 수 없이 폭력범을 일소하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이러한 현상들은 당국자의 장담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요즘 고찰은 만점치안을 호도하기 위하여 소매치기나 날치기·폭력배들의 준동에 관한 보도를 되도록 기피하는 경향마저 있는 듯 한데, 이것은 항간에 유포된 이른바 상납운운과 관련돼 있지나 않나 하는 의혹마저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지난번에는 고찰이 시내의 여러 자동차 교습소로 부터 거액상납을 받았다고 하여 매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일도 있으나 그 뒤 입건 자체가 오리무중으로 처리된 것은 이러한 의혹을 짙게 하는 하나의 실례이다.
경찰이 범죄수사의 앞잡이로 쓴다는 등 어떤 명분을 붙이더라도 만일 그들 스스로가 소매치기나 날치기·폭력배들과 장물아비들의 계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거나 이들과 뒷거래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나라의 치안은 백년을 가도 만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치안청은 지난 7일 경부국도상에서 날뛰는 버스들의 소탕령을 내린바 있으나 아직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지난번 장항선에서의 거액금 날치기사건 때에는 즉시 개가를 올렸던 경찰이, 또 호남에서는 타파의 소매치기들이 경찰의 곤욕을 받고 있다 하여 우사질금을 해온 일까지 있었던 의리에 사는 소매치기들을 한명도 체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으로써는 좀처럼 납득키 힘드는 일이 아니겠는가.
경찰당국은 이번 공항에서 1만달러를 소매치기 한 범인을 하루 속히 색출하여, 모처럼 고국을 찾아 온 해외교포의 수심을 덜어줘야 함은 물론, 경부국도변의 버스들을 일망타진하고 서울시내의 폭력배들을 일소하여 경찰이 건화하고 있음을 국내외에 과시해 줄 정천과 의무가 있음을 망각하지 말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