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부시장, 중국 개혁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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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행정 효율화 등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지방 도시의 부시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시장은 한 명인데 부시장은 도시에 따라 최고 10명까지 있어 관료주의는 물론 행정의 비효율성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도시에서는 시 정부 내에서도 부시장 숫자가 너무 많아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조만간 대대적인 부시장 정리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5일 베이징 공산당 기관지인 신경보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지방 도시 중 성과 직할시 등이 관할하는 250개 주요 도시의 부시장 숫자는 1750명에 달했다. 부시장이 6~8명인 도시는 무려 219곳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87.6%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적정 숫자로 권장하고 있는 2~5명의 부시장을 두고 있는 도시는 15곳으로 전체의 6%에 불과했다. 인구 830만 명인 장시(江西)성 간저우(<8D63>州)시에는 부시장이 무려 10명에 달해 시 정부 내에서도 부시장 이름을 모두 기억하는 공무원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밖에도 인구 388만 명인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 인구 479만 명인 장쑤(江蘇)성 후이안(淮安)시 등은 각각 7명의 부시장이 있었다. 심지어는 인구 158만 명에 불과한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에도 부시장이 7명에 달했다.

 부시장 숫자가 많다 보니 담당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예컨대 쓰촨(四川)성 이빈(宜賓)시의 경우 3명의 부시장이 시내 공업구와 개발구를 동시에 관장하고 있어 공업구를 구역별로 나누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5명의 부시장이 있는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에서는 최근 갑자기 2명의 부시장 직을 더 신설했는데 마땅한 업무가 없자 정책공개와 시정정보화를 맡도록 조치했다.

 부시장만이 아니다. 시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 자리도 조사 대상 도시 대부분이 6~8명까지 두고 있다. 이들은 각각 시장 산하 부시장의 업무를 파악해 이를 시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 도시가 부시장 숫자를 마음대로 늘리는 데는 부시장 직책을 명시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무원이 2007년 ‘지방 정부 편제관리조례’를 제정했지만 여기에는 도시 인구·소득별 부시장 숫자를 명시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당 서기나 시장이 도시 인민대표대회(시의회) 의결을 거쳐 부시장 직을 신설해도 이를 막을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주리자(竹立家)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부시장 숫자가 터무니없이 많은 것은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발상으로 행정 비효율성의 극치”라고 진단하고 “행정 개혁의 대표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조만간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도시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효율적인 행정을 하려면 부시장 숫자를 3~5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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