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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위계」조화 시킨 인사 쇄신-육군 수뇌부 대이동의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육군수뇌부인사가 단행됐다. 오는 8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서종철 육군참모총장의 「바통」을 누가 이어 받느냐에 쏠렸던 관심의 초점은 30일 아침9시 1착으로 국방부장관실에 들어서는 3성 장군에게 맞춰졌다. 육군참모차장 노재현 중장이었다.
어떤 중대결정이 내려지려는 듯 이날 따라 2명의 헌병이 지키고 있는 장관실 문을 나서는 노중장의 얼굴엔 활짝 웃음이 피었다. 「육사2기」의 성군을 제쳐놓고 1기 출신의 서종철 총장의 지휘봉이 3기의 노재현 장군에게 넘겨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상오9시30분 야전군사령관 한신 대장이 장관실에 부관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섰다.
요담이 끝난 뒤 복도에서 한 대장을 둘러싼 기자들이 『어떤 중책을 맡았느냐』고 캐묻자 그는 『기자실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합참의장실로 들어갔다. 기자실을 물은 것은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됐다는 뜻이 숨어있어 합참의장에 내정된 것을 일러준 것-.
이어 30분 간격으로 2군사령관 채명신 중장이 나타났다. 20분 남짓 짤막한 대화를 나누고 장관실을 나서는 채 사령관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으나 담담한 표정이었다. 초대 주월 군사령관으로서, 5기면서, 중장서열 1번이었던 채 장군은 7월22일로 계급정년을 맞아 군복을 벗게된 것이다.
이번 육군 수뇌인사에서 3기가 2기를 건너뛰어 총장이 되고 같은 3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1군사령관을 내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중편-. 그러나 해군의 김규섭 제독이 4명의 상위 서열자를 앞질러 해사교장에서 일약 해군참모총장으로 오른 이른바 「네이비·쇼크」의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육군의 3기 「쇼크」도 「서열순」 「기수순」이라는 종래의 인식을 깨고 인사침체를 과감히 쇄신한 용단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육군에도 해군형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없지 않았지만 군의 큰집 격인 육군의 조직에선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번 인사는 연거푸 총장연임 등에서 빚어진 침체된 육군의 인사풍토에 참신한 새 맛을 불어넣으려는 국군통수권자인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의 표현으로 받아 들여지고있다.
2기를 참모차장으로 둔 「3기 총장」과 2기의 2군사령관에 대한 3기의 야전군 사령관이라는 이례에도 불구하고 현역의 최선임인 합참의장에, 2기의 최고참 한신 대장을 앉힌 것은 「파격」과 「위계」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평.
3기 「쇼크」로 특징지어지는 이번 인사로 정점을 향해 「피라밋」형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관점에선 오랫동안 막힌 인사의 숨통이 트이고 8기 등 소장급의 진로에 푸른 신호등이 켜진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진대사의 과정에서 앞으로는 차장 군사령관 총장의 「코스」와 같은 「컨베이어·벨트」식 보직교류를 벗어나 보다 과감한 인사 회전을 위해선 상위보직에서 한 보직으로 끝마치게 함으로써 「피라밋」의 정상을 항상 뾰족하게 만들려는 새로운 인사원칙의 선례를 만들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최규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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