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공식별구역에 센카쿠 포함 … 일·미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23일 설치했다.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유권 강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다. 일본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동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방공식별구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과도 겹쳐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국방부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식별구역에는 센카쿠는 물론 한국·일본·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포함됐다. 중국은 또 적당한 시기에 방공식별구역을 다른 지역에도 설정하겠다고 밝혀 한반도와 인접한 서해는 물론 남중국해 지역에서도 자국의 영공 주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특정 국가가 설정한 임의의 영공선이다. 국제법적으로 영공 관할권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구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대해 무력대응의 근거가 될 수 있어 동북아 군사적 긴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중국 국방부는 23일 오전 10시부터 방공식별구역을 공식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항공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또 구역 내를 비행하는 항공기는 반드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인 중국 국방부와 쌍방향 통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고 국제기준에 따른 국적 표시도 해야 한다. 응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동원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중국 국방부의 발표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영토와 영공주권을 위해 항공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특정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공식별구역이 센카쿠는 물론 오키나와 서쪽 지역까지 포함하고 있어 일본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 조치가 분명해 보인다.

 23일 오후 중국군 정보수집기 2대가 센카쿠 북방 동중국해의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하는 등 벌써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보기 1대는 센카쿠 영공 약 40㎞까지 접근한 후 북상했으며, 또 1대가 센카쿠 북방 약 600㎞ 부근의 동중국해를 비행했지만 일본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3일이 공휴일(노동감사절)임에도 불구하고 요네무라 도시로(米村敏朗) 내각위기관리감(부장관급) 등을 총리 공저로 불러 대응책을 협의했다. 또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주일 중국대사관의 한즈창(韓志强)공사에게 “일본 고유영토인 센카쿠 영공이 포함된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엄중 항의했다.

 미국 역시 백악관·국무부·국방부 등이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며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센카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대만 국방부도 “대만은 댜오위다오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제주도 서쪽 상공에서 우리 군의 방공식별구역 ‘카디즈(KADIZ)’와 일부 겹친다. 겹치는 부분은 폭 20㎞, 길이 115㎞로 제주도 면적의 1.3배 수준이다. 카디즈는 6·25 전쟁 중 설정돼 우리의 최남단 이어도가 빠져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작전구역(AO)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우리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우리 한국 방공식별구역의 제주도 서남방 일부 구역과 중첩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도쿄=최형규·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