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굴뚝은 번영의 상징 아니다|본사 주최 인간환경「세미나」의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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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사와 동양방송이 『하나밖에 없는 지구』속의 『하나밖에 없는 한국』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주최한 인간환경 「세미나」는 25일 열띤 토론 끝에 공장 굴뚝이 결코 번영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과, 적극적인 경경보호책이 마련되지 않은 경제개발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얻고 막을 내렸다.
지난 23일 서울근교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막을 올린 인간환경 「세미나」에는 학계·행정부·기업체·민간단체 등에서 환경문제전문가가 1백여명이 모여 「뉴먼·A·홀」박사(AID 과학고문)의 『하나밖에 없는 지구』라는 기조연설과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오염』(차철환 박사·서울의대 교수) 『후진국에서의 경제개발과 환경오염』(노정현 박사·연세대교수) 『환경문제논의의 정치적함축성』(한배호 박사·고대교수) 『천연자원의 관리와 해양오염』(최상 박사·KIST 기술정보실장) 『인구격증과 생활환경』(노융희 박사·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라는 발제강연을 들었다.
「뉴먼·A·홀」박사는 기조연설에서 『인간이 번영을 누리는 지구는 결코 어느 한 국가나 개인의 전유물일수 없으며 유한적인 지구에서 생존해야하는 인간은 상호 협조적인 노력이 없이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존재』라고 전제하고 『오는 6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적인 협조와 노력이 요청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 있다』고 역설했다.
발제강연에서 차철환 교수는 『대도시 하천·대기오염은 이미 허용량을 훨씬 초과, 생존을 위협하고있다』고 경고했고, 노정현 교수는 『환경오염 없는 경제발전을 위해 보다 높은 행정적인 차원에서 환경문제가 거론되어야하며 구체적으로 환경위생행정력의 강화는 물론, 정부 각 부처간의 공해에 대한 깊은 인식과 원활한 행정적인 조정과 협조가 요망된다』고 주장했다.
한배호 교수는 『경제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경제학자도 문제지만 한국적인 현실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전제하지 않은 환경위기론도 재고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환경문제 전문가와 경제학자 사이에 환경-발전 갈등론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상 박사는 『우리의 알맞은 환경기준의 실정과 천연자원의 이용규칙 제정이 시급함』을 말했고, 노강희 교수는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을 택일적 관계로 보거나 환경파괴를 내일의 번영을 위한 과도기적 부수 현상으로 경시하는 풍조는 금물』이라고 못박았다.
권거혁 박사(서울대의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전체토론에서는 주로 경제개발과 환경논의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와, 심각한, 환경오염의 해결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발전과 성장을 선으로만 여기는 후진국의 경우 환경문제논의가 자칫 경제개발을 저해하는 행위로 오인되기 쉬우나 경제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의 행복에 있다고 한다면 두 개의 「이슈」가 서로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든지 양자택일적인 관계로 생각되는 것은 금물이라는데 모든 참가자가 의견을 모았다.
권숙표 박사(연세대 공해문제연구소장)는 『생산환경과 복지환경은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어느 것도 우위적인 개념일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양해준 의원(신민당)도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환경문제가 추호도 도외시되어서는 안되겠다』면서 『왜냐하면 두개의 개념이 우리 인간의 행복에 똑같이 긴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형만 박사(KIST도시계획연구실)는 『공해는 절대공해(PCB같은 것이 초래하는 공해)와 상대공해(매연소음 등)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하며 우리 나라와 같이 개발도상국에서 약간의 상대공해는 참고 견뎌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김승한씨(중앙일보논설주간)는 『인간의 복지를 외면한 경제개발이란 생각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각종 공해를 비롯한 환경오염이 이미 위험수위를 육박하고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참가자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여전히 환경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한 오세응 의원(신민당)은 『국민의 복지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집권층이나 기업가들이 이제는 자세를 바꾸어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공헌해달라』고 말했다.
김정근 박사(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경오염의 피해는 원인이 만성적으로 축적, 오랜 시일이 경과 한 후에 나타나므로 당대에서는 심각함과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기 쉽다』면서 『최근에 공해로 기형아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보고가 계속 나오고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노강희 교수·이찬규 박사(KIST)등은 『지금까지 보사부가 대증적으로 수습하는 행정 「스타일」을 탈피한 환경청 같은 종합적인 기구와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연구·검토하는 연구소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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