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방소 모스크바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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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발레 「백조의 호수」등 관람>
미국대표단들이 25일 7차 회담에서 방소 이래 최장 시간인 9시간이나 회담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닉슨」대통령부인 「페트」여사는 방소 나흘째를 맞아 가장 바쁜 관광일정을 보냈다.
이날 「페트」여사는 소련공산당 서기장 「레오니드·브레즈네프」의 부인 및 외상 「그로미코」의 부인과 함께 학교와 공장 방문을 뒤로 미루고 오후에 「볼쇼이」「발레」학교, 「패션·하우스」를 방문하고 밤에는 「볼쇼이」극장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발레」공연을 관람했다.

<민속무용보고 갈채 보내>
「볼쇼이」 「발레」학교측에서는 「페트」여사의 방문을 맞아 7세부터 17세까지 이르는 학생들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학교의 교장이며 「볼쇼이」무용단의 전「프리마·발레리나」인 「소피·골로보키나」가 「페트」여사 옆에 앉아 설명을 해줬는데 「페트」여사는 남자무용수 두 명이 나와 쭈그리고 앉아서 발로만 추는 소련민속무용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즐거워했다.

<패트, 발레·스텝 밟기도>
「패트」여사는 이날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닉슨」대통령은 「발레」이외의 딴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잠깐동안 스스로 「발레」「스텝」을 밟아보기도.

<소 음악 담은 디스크 받고>
공연이 끝난 후 「패트」여사가 무대 위에 올라가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자, 학생들은 「패트」여사에게 분홍색 무용화 두 켤레와 소련음악을 담은 「디스크」를 선사했다.
또 교장 「골로보키나」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고귀한 손님들에게 전통적으로 주는 빵과 소금을 「패트」여사에게 선사하고 제정 「러시아」시대의 골동품인 흰색 및 금빛 찻잔 등도 선물로 주었다.

<「베트남자유」 외친 데모도>
소련방문 4일째를 맞은 「닉슨」대통령은 25일 밤 정상회담의 무거운 짐을 벗고 왕립「볼쇼이」극장에서 부인·「로저즈」국무장관·「키신저」보좌관등과 함께 『백조의 호수』를 관람했는데 소련 측에서는 최고회의간부회의장 「포드고르니」·수상 「코시긴」·「브레즈네프」당 서기장 부인 「빅토리아」여사 등이 참석했으나 「브레즈네프」는 불참.
관람 후 「닉슨」대통령은 과거 여러 번 『백조의 호수』를 보았으나 『오늘날 공연이 가장 훌륭했다』고 절찬.
그러나 마지막 제3막이 오르기 직전 극장 안 「발코니」에서 한 여인이 강한 「액선트」의 영어로 『「베트남」의 자유』를 외치면서 「데모」를 벌여 한때 장내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 고함소리로 장내는 다시 환히 불이 켜졌고 관중의 시선은 귀빈석에 앉은 「닉슨」등 양국 지도자들에게 일제히 쏠렸다. 「포드고르니」는 잠시 「닉슨」의 귀에 무언가 속삭이는 듯하더니 곧 「닉슨」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고 관중의 웅성거림도 잦아들었다. 여인의 정체는 소련인 인지도 아직 미확인. 【모스크바=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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