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사의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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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찰의 직제 개정에 따라 B급 경찰서 서장직이 총경으로 임명되게 되고 일선서의 과장급이 경정으로 보하도록 되어 경찰인사의 일대 선풍이 불고 있다. 총경 승진 예정자만 해도 80여명이나 되며 경정도 1백5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유례없는 승진인사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부터 승진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경찰이 몇 차례의 직제 개편으로 대량 승진을 하게 된 것은 경관의 사기 앙양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69년에는 경찰 공무원 법의 제정으로 3급을류인 경정 직급이 생겨 승진한 일도 있었으며 또 지난번 선거 후에 계급 정년된 총경의 뒷자리를 메우기 위한 승진 인사와 전보가 있었던 것은 우리의 기억에 새롭다. 특히 전임 오 내무에 의한 경찰인사는 공화당 안의 내분까지 가져오고 오 내무의 해임 건의 통과라는 형태를 몰고 왔기에 이를 마무리하기 위한 경찰인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고 하겠다.
김현옥 내무는 『이번 인사는 가장 공명정대한 인사가 될테니 두고 보십시오』라고 장담했다고 하나 경찰 인사에 뒷말이 없기는 매우 힘들다고 하겠다. 총경은 경찰서 서장으로서 군수와 직급은 같으나 실권은 우월하고 선거에 있어 가장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에 모두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의 「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국회의원마다 자기의 심복을 출신 지역구의 서장에 앉히려고 하고 있어 총경의 인사이동은 항상 말썽의 대상이 되어 온 바이다. 또 경정만 해도 수많은 경감 중에서 1백50명 정도만이 승진할 것이니 그들의 인사 정책 활동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하겠다.
경찰 인사는 경관의 사기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공명정대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찰공무원 법은 경찰관의 승진인사를 공정하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근무 성적·경력 평정 기타 능력에 따라 승진시키도록 하고 있으며 계급별로 승진 심사 대상자 명부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또 총경 이하의 승진에 있어서는 오배수 추천에 의한 승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경찰관의 인사행정에 관한 방침과 기준의 결정 및 기준계획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를 두도록 하여 장관의 전권 행사를 막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잘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늘 말썽이 따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언제까지나 불변하는 인사 원칙을 확립해야 하겠다. 이 경우에는 시험 승진제와 경력 평가제를 절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승진인사에 있어서 내무부는 상벌 평점제를 채택하여 과오로 징계 당한자를 구제하기로 했다 한다.
이제까지 한번 과오로 인하여 직위 해제되거나 징계·감봉 처분된 자도 그들이 대통령 표창이나 장관 표창을 받은 경우에는 이들 상계해 주려는 것으로 공과 과를 상쇄하는 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과거에 표창을 받았으나 근래에 와서 악질화 된 사람까지를 구제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찰인사에 있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적 압력 문제와 각 특과의 승진에의 공평성 문제이다. 이제까지 승진심사 때마다 경무·회비·정보·감찰 등이 우대 받고 교통·보안·형사·수사 계통이 푸대접받았다고 한다. 형사나 수사계통에 대한 승진의 억제는 「베테랑」형사를 육성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나 이들에게 승진을 시키되 행정 책임을 맡기지 아니하고 계속 수사에 종사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 볼만한 것이다.
직제 개편에 따른 경찰의 대규모 승진이 잡음 없이 공정하게 행해지기를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음을 자각하여 공평무사한 승진 인사를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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