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결정 속셈은 모두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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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남지방 새마을 사업현장시찰에 나선 김종필 총리는 11일 중평 부락 일용품 구판장에 돌러 밀짚모자 두개를 사 김보현 농림부장관과 하나씩 나눠 쓰면서 『농촌에 이와 같은 구판장을 많이 세우면 농민들이 장날만 되면 몇 십리 길을 걸어가야 하는 수고도 덜고 장터에서 막걸리 마시는 폐습이 없어지질 않겠느냐』고.
김 총리는 새마을사업지도자들에게 금일봉을 일일이 전달하고 마을사업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전당대회는 연기라기보다 일시 중지다. 』김홍일 신민 당수는 대회연기는 아주 짧은 기간의 잠정 연기라고 했다.
그러나 연기론을 맨 먼저 꺼낸 박병배 정책위의장과 적극 찬성한 김재광 총무는 『필요에 따라선 1년 연기도 무방하다』는 생각.
이 반면 소극적인 반대에서 차차 찬성으로 동조해간 주류의 김영삼씨나 비주류의 윤제술씨 등은 한달 남짓의 연기를 생각하고 있는 듯.
또 연기해야한다는 대세를 느껴 말은 안했지만 대여투쟁을 해야할 때라는 연기 이유에 대해 이중재·김은하 의원은 『그런 이유야말로 연기 이유가 아니라 대여 투쟁을 할 수 있는 체제와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하루 빨리 대회를 끝내버려야 할 이유가 된다』고 이의, 어떻든 연기결정은 저마다 속셈은 다르고 일만 연기에만 이해가 같았다는 입방아를 옮겨 보면 ▲유진산씨는 주류네 설득을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김영삼씨는 주류 혼선의 고민을 덮어두고, 김대중씨는 아픈 다리를 쉬며 잠시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옥당파도 우선은 즐거울 거다….
국회의장실과 공화당의 미묘한 관자 속에서 의장실은 전력을 보강.
신민당간부들이 두 번째 백두진 의장을 방문한 11일하오 의장실엔 장경순 부의장과 문태준 운영위원장이 미리 대기해 있다가 야당의 학살을 가로막고 나선 것.
특히 장 부의장은 『급박해지고 있는 월남전세나 닉슨 미대통령의 소련방문 등 내외경세에 비추어 국회를 열어야한다』고 야당 편에 동조.
그런데 장 부의장은 『신민당도 당내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서 너무 공격 중심의 투쟁방식을 버리고 원만히 국회를 운영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충고. 면담을 끝내고 나온 야당대표들은 『공화당 소속인 의장단의 말과 공화당의 방침이 모두 어긋나는데 이게 고등정치인지 불화인지 모르겠다』고.
『본회의 대신 본회의장서 공개의원 총회를 하기로』한 신민당의 전략은 미지근한 투쟁이라는 비판으로 주춤해졌다.
12일 본회의가 유회된 뒤 한건수 부총무는 「공개 의원총회」개회를 선언하고 곧 이세규 의원이 「주월군 철수결의안」 「미 군원대책 대 정부건의안」을 내놓아 공개토론에 들어가려 했다.
김현기·유옥우 의원이 차례로 일어나 『의원이 모의 국회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먼저 얘기하자』고해서 비공개 회의. 비공개에선 반대론이 우세했고 김수한 대변인까지 가세하여 『대여 투쟁을 위해 전당 대회까지 연기해놓은 마당에 산울림처럼 혼자 알아주고 받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 잖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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