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동국대 홍기삼 신임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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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학사회는 시장이 아닙니다. 시장논리가 대학마저 지배해선 안됩니다."

지난 1일 제15대 동국대 총장에 취임한 홍기삼(洪起三.62) 총장은 최근 일부 사립대가 추진하는 기여입학제에 대해 반대를 분명히 했다.

"대학은 도덕적.정신적 가치가 본질입니다. 실용을 내세우며 천박한 물신자본주의에 끌려간다면 사설학원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洪총장은 "대학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선 예산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기여입학제는 대학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할 문제"라며 "대학은 학교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을 크게 증축하고 멋진 건물을 짓는 게 대학발전이 아닙니다. 기여입학제가 허용되더라도 기부금은 건물 등 대학의 외형적.물질적 자산을 늘리는 데보다 장학금이나 연구비 등 도덕적 자산을 키우는 데 사용돼야 합니다."

기여입학제뿐 아니라 수시모집이나 학부제 같은 제도에 대해서도 洪총장은 부정적이다.

"교육문제를 잔꾀로 해결하려 들어선 안됩니다. 고 3과정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시모집제도는 고등학교 교육을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으로만 생각한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타 대학 총장들과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교육부에 폐지토록 건의할 생각입니다."

그는 학부제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전공.단과대학별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존폐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학생회 등이 일부 사안을 놓고 "대학과 협상하겠다"는 표현을 쓰자, "학생과 대학은 협상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洪총장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동국대를 불교생태학의 총본산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불교의 가르침에는 현대 생태학의 철학과 일치하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건학이념인 불교와 세계성이 풍부한 생태학의 접맥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독창적으로 학문의 특성화를 이루는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洪총장은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도 맡고 있다.

글=원낙연,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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