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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천안 외곽 숯가마 찜질방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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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전장비를 착용한 직원들이 숯가마에서 삽을 이용해 숯을 제조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 외곽의 숯가마 업소와 관련 없음.

겨울철이 되면서 찜질방을 찾는 친구·연인·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찜질방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건강을 챙기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제격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숯 제조 목적의 움막형 숯가마 찜질방이 웰빙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외곽에 위치해 공기가 좋고 찜질 후 숯불로 구워먹는 삼겹살이 별미다. 하지만 안전·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음식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 해칠 수도 있다. 천안 외곽지역에 있는 숯가마 찜질방을 찾아가 봤다.

천안 외곽에 위치한 한 참숯가마업소. 도심에서 25분 거리에 있어 인근 주민과 도시민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지난 15일 오후 산자락에 위치한 건물에서 하얀 연기가 연신 뿜어져 나왔다. 언듯 보기에 축사와 비슷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황토가마 안에서 숯을 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긴 삽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숯을 빼는 직원들의 얼굴과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머리는 방열모 대신 수건과 모자를 눌러썼다. 숯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직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방열복이 아닌 먼지와 열기로 검게 그을린 낡은 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착용한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숯 빼는 날이면 이런 복장을 하고 10시간 동안 작업을 한다고 했다.

2 숯가마업소에 방치된 소화기와 가스통, 용접기기 모습. 숯을 제조하고 있는 숯가마와 10m 거리
에 있어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3 숯가마업소 주차장 한쪽에 널려 있는 나무와 건설장비.
4 숯가마 찜질방 외벽에 설치된 콘센트와 전선이 낡아 위험해 보인다.

 10m도 안 되는 곳에 고무관이 꽂힌 LPG 가스통과 용접기기가 있었다. 가스통과 용접기 사이로 먼지가 수북이 쌓인 소형 소화기가 눈에 띄었다. 먼지에 쌓여 형태를 보고서야 알 수 있을 정도다. 숯을 제조하는 가마 옆으로 저·중·고온으로 나눠진 숯가마 안에 2~3명의 이용객이 들어가 찜질을 하고 있었다. 입구 한쪽에 설치된 콘센트와 전기선 일부는 피복이 벗겨져 위험해 보였다. 배선용 차단기는 박스가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탈의실이나 카운터 등 이용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이용 시 주의사항이나 화재 시 대피요령을 안내하는 문구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협회 차원에서 배포한 일반 안전수칙과 도난사고에 주의해 달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조모씨(40)는 “숯가마 효능을 체험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왔는데 불이 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며 “산 아래에 있어 화재 발생 시 인근 산으로 불이 번질 수 있어 화재 예방을 위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이지만 전혀 그런 노력이 엿보이지 않고 위생도 좋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비위생적인 편의시설 눈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 화재 안전 불감증 외에도 식당과 편의시설 역시 겉으로 보기에도 비위생적이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탈의실에 비치된 용품들은 정기적인 소독이 이뤄질지 의문이고 화장실과 같이 있는 샤워실에는 사용하고 남은 각종 일회용품들이 널려 있었다.

탈의실·샤워실·조리시설이 있는 건물 입구에는 간장과 고추장과 같은 식재료 통이 놓여 있고 건물 옆 비탈진 곳에는 음식물이 버려져 있었다. 정수기 옆에는 일회용 컵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 병이 있었다.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식탁과 간이용 의자가 비치된 비닐하우스 입구 주변에는 정체불명의 쓰레기통과 이용객들이 사용한 불판을 담은 용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입구 반대편에서는 직원이 숯에 불을 붙이기 위해 가스통에 설치된 토치(불대)로 불을 떼고 있었고 옆에서는 이용객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흡연을 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환기시설은 청소를 하지 않아 찌든 때가 붙어 있었고 환풍기 아래에서 이용객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자율적인 화재 및 위생교육

숯가마 찜질시설의 경우 숯을 만들기 위해 고온의 불을 다루는 곳이어서 화재 발생 우려가 크다. 하지만 화재예방을 위한 교육이나 위생교육은 대부분 업주의 자율의사에 맡겨져 문제의 심각성을 주고 있다.

소방서가 매년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 업주와 종업원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규로 영업을 하는 업소나 업소를 승계 받은 업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소방서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연초부터 특별점검이나 시기마다 화재 취약지역에 대한 특별조사와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하는 인력이 대부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쉽지 않다. 소방센터의 경우 2~3명이 화재출동을 같이하고 있어 특별점검 시기에는 쉬는 날에도 점검활동을 해야 하는 등 업무적으로도 부담이다. 특히 숯가마 찜질 효능이 알려지면서 숯가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로 인한 화상, 질식의 위험도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시설에 대한 특별교육이나 이용객을 위한 안내가 필수적이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수년 전부터 숯가마에서 찜질을 하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화상으로 병원에 실려가거나 숨지는 사례가 최근까지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위생에 대한 점검이나 관리도 문제다. 행정당국이 연초부터 계획을 세워 찜질방을 포함한 목욕장업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위생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사전 계도 차원인 데다 도심지역 찜질방에서의 청소년 출입시간 준수 여부, 수질검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외곽에서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는 찜질방의 경우 점검이나 지도가 쉽지 않다. 천안에는 찜질방을 포함한 목욕장업소가 60여 곳에 이른다.

천안시 위생지도팀 관계자는 “업주를 대상으로 1년에 1차례 위생교육을 진행하고 수시점검 차원에서 목욕탕을 포함해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점검을 위해 연초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인력이 많지 않아 정기적인 점검 외에는 민원이 발생할 경우에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천안시가 지역 숙박업 319곳, 목욕업 50곳, 세탁업 320곳 등 865개 업소의 법적 준수사항 등 28~38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녹색등급을 받은 최우수업소는 11.6%(100곳)에 불과했고 80점 미만의 백색등급을 받은 관리 대상 업소는 67.3%(582곳)에 달해 시민건강을 위한 업소들의 위생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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