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850~2400 … 은·차·선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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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엔저, 미국 양적완화, 글로벌 경기회복, 중국의 구조조정, 신흥국 위기, 바이 코리아, 원화 강세…’. 올 한 해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 이슈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포함해 내년 시장을 뒤흔들 새 이슈들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2014년 재테크 전망은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도 유비무환(有備無患).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식·채권·부동산 전망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강세장은 틀림없다. 상저하고(上低下高)냐, 상고하저(上高下低)냐가 문제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이 무너지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내년도 전망은 장밋빛이다. 내년 1∼2분기에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지겠지만 코스피지수는 1850선을 지켜낸 뒤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타고 전고점인 2229(2011년 5월 22일)를 돌파할 것으로 본 회사가 많았다. 특히 올해 부진했던 화학·철강·조선·기계 등의 소재와 산업재 주식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지난 2년간 저성장 국면에서 각광받았던 가치주, 중소형주들은 주춤할 것이란 얘기다.

‘고점 상반기냐 하반기냐’ 팽팽

 본지가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의 내년도 증시 전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들은 올 들어 시작된 선진국 주도의 경기회복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며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도 3년 만에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봤다. 일단 10개 회사 중 8개 회사가 코스피 상단을 2300~2400대로 제시했다. 코스피지수가 2300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본 회사는 2곳(미래에셋·신영)에 불과했다.

“경기 민감주가 유망할 것”

 물론 증권사들의 전망치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예상 주가를 높이 잡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증권사들이 내놓은 예상치만 봐도 고점을 2300 이상에서 잡은 회사들도 있었다. 아직 한 달여가 남아있지만 올해 코스피지수 고점은 지난달 30일 기록한 2059.5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내년 전망에서 하단을 크게 올려 잡은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엔 하단을 1700대로 잡은 곳이 적지 않았다. 실제 올해 코스피는 1780.63(6월 25일)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내년 전망 하단을 1700대로 잡은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1900대를 지킬 것이라는 회사가 과반수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지겠지만 이미 노출된 소재이고, 중국 리스크도 많이 완화돼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별로 전망이 심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주가 상승이 과연 어떤 그림으로 이뤄질지 여부다. 내년 상반기까지 주가가 치솟은 뒤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상고하저 예상과 내년 상반기 무렵 있을 테이퍼링 이후 본격적인 강세장이 연출될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이 정확히 반반이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올 2분기부터 반등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이후에는 박스권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나대투증권 장희종 연구원은 “주가상승 모멘텀이 내년 상반기에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반기에도 주가흐름이 나쁘지 않다. 상고하중(中)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상저하고 흐름을 전망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코스피 상단을 높게 보는 증권사들이다. 상단을 2400대로 보는 3개사(한투·우리·대신) 모두 하반기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인들 주도의 장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펼쳐지다가 하반기엔 국내 자금이 유입되면서 2400까지 찍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내년에 경기 민감주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10개 증권사 중 7개사가 은행주를 추천했다. 자동차·조선·IT·화학 순으로 추천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간간이 불거질 금융시장 악재들이 잘 관리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불안 요소는 곳곳에 상존해 있다. 바깥을 보면 유로존이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원자재 가격 약세로 브라질 등 자원의존형 이머징 국가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 신흥국가에서 많이 있을 각종 선거 이벤트도 지켜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내년 1분기에 투기 등급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21일 미국 긴축 우려에 23P 하락

 미국의 긴축 파장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21일에도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23.46포인트(1.16%) 급락한 1993.78로 마감됐다. 전날 새벽 공개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에서 테이퍼링이 ‘수개월 내’ 시작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자 외국인들은 매도에 나섰다. 중국의 11월 HSBC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나쁘게 나온 것도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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