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느는데 누가 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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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항공기 큰 장이 섰다. 17일 개막한 ‘두바이 에어쇼’에서 1000대 넘게 팔렸다. “총 계약금액이 뉴질랜드 연간 국내총생산과 비슷한 1790억 달러(약 189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전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질문 하나. ‘이 많은 비행기를 몰고 정비할 조종사와 기술자는 충분한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답을 내놨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조종사 49만8000명과 정비 기술자 55만6000명을 새로 충원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에어쇼 현장에서 공개한 ‘2013년 지역별 조종사·정비 기술자 수요 예측 보고서’를 통해서다.

 셰리 카바리 보잉 부사장은 “숙련된 조종사, 정비사 부족이란 심각하고 긴급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가 가장 심각하다. 2032년까지 19만2300명의 조종사, 21만5300명의 기술자가 더 필요하다. 북미·중남미·중동·아프리카·유럽에서도 각각 1만6500~9만9700명의 조종사를 신규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사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살아나는 세계 경기, 늘어나는 항공기 여객·화물 수요, 저가 항공사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아시아 신흥국에서 탄생한 갑부들의 자가용 비행기 쇼핑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민간 항공기 조종사 훈련업체 CAE의 대표 닉 레온티디스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경기 침체로 미국과 유럽에서 수많은 항공기 조종사가 정리해고를 당했고 경력 단절로 이어졌다”며 “전례 없는 항공기 조종사 구인난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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