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탈리아」의 물 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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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탈리아」의 정원이라면 정확히는「이탈리아」의 고대정원을 말하는 것이다.「이탈리아」에서는 이렇다할 현대정원이 없는 대신 옛 정원의 유산이 가히 세계의 정원을 압도하고 있다. 관광안내서에까지 등장하는 것이지만「플로렌스」의「메디치」가나「티보리」가의 정원, 「카레테로」가의 후원, 「카세루타」이 궁의 정원 등은「르네상스」기의 영화와 예술을 집약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고 있다. 필자 역시 이 앞에서만은 어떤 공리적인 관찰보다도 마음을 활짝 열고 그것들이 풍기는 예술적인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었다.
「이탈리아」의「르네상스」정원은 장식적인 정원처럼 건축의 한 부분이 아니라 건물과는 별도로 또 하나의 독립된 건축물을 이루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원래 산과 구릉이 많은 나라이어서 정원도 대부분 경사진 언덕 배기에 자리잡아 자연경관과 전망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형이 고르지 않아 곳곳에 노 단(terrace)을 축조하고 계단을 만들었으며 사방에 대리석 옹벽을 쌓고 노 단·계단·원로(길)등의 주위에는 산울타리나 장식화분을 둘러놓아 그 윤곽을 강조하였다.「이탈리아」의 정원을 노 단 건축 식 정원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이탈리아」정원의 또 하나 특징은 다양한 물의 이용이었다. 대리석조의 물 계단이나 물 무대의 건축 적「디자인」은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계단양쪽에 작은 짐승모양의 무수한 조각품을 배열해 놓았는데 그것들은 모두가 조각인 동시에 맑은 물을 내뿜는 조그만 분수였다. 더 우기 이 모두가 이 지방에서 풍부히 나는 백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남국의 햇살에 물보라치는 분수와 어울려 우아한 아름다움을 빚어냈다.
또한「이탈리아」는 사철 맑고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로 정원수도 울창하고 색깔도 풍요하였다.
여러 가지 남국적인 상 록 활엽수와 향기로운 과수가 대부분이었는데 과수로는「올리브」·「오렌지」·「레먼」·밤나무·포도나무 등이 식 재되어 있었다.
윤기 흐르는 상 록의 잎새는 정원전체의 미에 신선도와 부피를 더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답고 자랑스런 유산을 가진「이탈리아」는 서구의 어느 나라보다도 가난해 보였다. 현대적 정원이랄 것이 없다고 앞서 말했지만 가로와 건물들도 역시 자랑스런 유산에 비교하여 너무도 초라하고 정비되지 못 한 채이었고 가끔 지나치는 서민「아파트」창가에 놓여져 있는 화분들이 오히려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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