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속 반 기성 세력 대두|미 민주당 대통령지명예선 초반의 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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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월7일「뉴햄프셔」예선이래 4번째로 실시된 지난주「위스콘신」선거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한 전초전이 일단락 됐다. 각 후보의 종합적인 능력평가와 강자의 돌출, 약자의 탈락 등을 결정짓는, 앞으로의 선거전을 향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이 선거는 중요성을 갖는다.
「위스콘신」예선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쟁 전반전의 결과는 ①앞으로의 경쟁자들은 돌연 최 강세를 보인「조지·맥거번」, 당초의 선두주자「이미지」를 상실한「에드먼드·머스키」, 당내기반이 강한「휴버트·험프리」등 세 상원의원으로 압축됐으나 ②압도적인 선두주자의 출현은 계속 지연될 것이며 ③좌우양극의 반 기성 세력의 후보가 표밭을 50%이상이나 석권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닉슨」진영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진보 파, 좌파의지지 속에 반전단일「이슈」만을 내걸어 후보지명자로서 잠재력이 희박했던「맥거번」의 진출은 괄목할 만 했다.
그는「위스콘신」주의 탈 정당 적「그라스·루트」(민중)에 호소, 노동자를 비롯한 빈자·여성·젊은 층의 표를 30%나 획득하여 강력한 후보로 등장했다.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은「머스키」. 이번 예선에서 4위로 전락, 앞으로 계속 경쟁을 치를 수 있는지 조차 의심받게 됐다.
한편「험프리」는 3위를 차지, 일단은 종전세력을 유지했다고 만족할 수도 있겠으나 강한 당 조직과 특히「위스콘신」에 인접한「미네소타」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도 크게 낙담할 처지에 놓였다.
남부「앨러배머」주 출신의「월리스」도 2위를 차지, 강세를 보였다고는 하겠으나, 남부투표자와 마찬가지로「양키」들도 극우「월리스」에게 표를 던짐으로써「닉슨」행정부의 제반정책에 식상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을 것이라는 심리적 측면에서 볼 때「월리스」의 강세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회의적이다.
또 한가지 그의 강세가 전문가들에 의해 도외시되는 근거는 다른 주와는 달리 공화당 유권자의 35%가 민주당 예선에 함께 참가하는 제도인데, 공화당 투표자의 대부분이 막강한 민주당후보 출현을 막기 위해「월리스」에게 표를 던졌으리라는 것 때문이다.
「위스콘신」에서 거둔「맥거번」의 충격적인 승리는 그에게 대의원수의 증가는 물론 전국적인 명성을 안겨줬다.
71년1월 후보출마를 발표한 이래 15개월 동안 그의 이름은 일부 동부지역의 젊은 식자층에서만 오르내렸을 뿐 전반적으로는 거론되지 못했었다.
전반전 막바지에 선두에 나서게 된「맥거번」의 지금부터의 목표는 자신의 선두위치를 견지한 채, 「머스키」, 「험프리」같은「기함」후보의 발판을 좁히는 일이다.
「위스콘신」예선 후「존·린지」「뉴요크」시장은 더 이상 예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탈락을 선언했다. 「헨리·잭슨」상원의원의 후퇴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내에는 기성정치인에 불만을 품고 개혁을 열망하는 세력이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거번」은 이들 세력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한때 그를「돈·키호테」로 생각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전망에 가능성을 굳혀주는 점은, 그의 30%득표 중 29·5%가 노동자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사실이다. 이것은『「맥거번」은 중도좌파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노조지도자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약점이 있다』고 주장해 온「험프리」진영을 무색케 했다. 「뉴요크·타임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3대「이슈」는 재산세감축·세제개혁·「인플레」문제인데 이번 예선결과로 보아「맥거번」이 이들 문제에 대해 내어놓은 공약들이 가장 호소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그 동안 백인저소득층의 표를 몰아온 우파「월리스」와 대적 할 수 있는 인물은 「맥거번」으로 낙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예선에서「월리스」는「맥거번」보다 8% 모자라는 노동자 표를 얻었다.
한편 지난 1월 출마, 풍성한 선거자금을 뿌리며 선두주자로 출발했던「머스키」는「플로리다」예선에 이어 이번에도『희미한 존재』로 굴러 떨어졌다. 중반전 제1차 전으로 실시되는 오는 25일의「매서추세츠」예선에서 또다시 실패하면 아직 남아있는 그의 지지자를 몽땅 잃을 위험이 크다.
그러나「맥거번」이 일단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공화당의「닉슨」에 필적할만한 세력은 구축하지 못해 그렇지 않아도 혼란을 거듭해온 민주당대통령후보 경쟁을 더욱 혼전으로 몰아넣은 결과를 빚은 셈이 됐다. 여기에 대두되는 것이 조직과 돈과 전국적인「어필」의 강점을 가진「에드워드·케네디」의 출마 가능성이다.
이미「맥거번」의「위스콘신」승리에 대해 『진정한 승리자는「케네디」』라는 견해가 특히 공화당 안에서 강력하게 나돌고 있다.
그것은 첫째「맥거번」은 자금·조직 양면에서「케네디」의 대리에 불과하며 정세에 따라서는「케네디」출마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의미는 민주당이 혼전을 거듭할수록「케네디」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케네디」의원은 아직도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케네디」가 출마를 결정할 경우,「닉슨」-「케네디」전은 사상 최고의 격전이 될 것은 분명하며 「오직」(ITT를 비롯, 행정부와 대기업의 결탁)과「불미스런 여성관계」(「코페크니」양 사건)를 서로 물고 늘어지는 진흙탕 속의 혼전이 될 것이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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