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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시중은행 임원도, 금융사 CEO도 … 여성은 1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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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오래된 화두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유리천장’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기업지배구조 분석기관 GMI레이팅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9%다. 조사 대상 45개국 가운데 일본(1.1%)에 이어 둘째로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인 11.8%에 한참 모자란다.

 국내 시중은행 여성 임원 비율은 더욱 형편없다.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실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 여성 임원 비율은 191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국내 10대 증권사는 80명 중 3명이 여성 임원 이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대표가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그나마 손 대표가 있는 보험업권은 여풍이 센 곳에 속한다. 프루덴셜생명에는 손 대표를 비롯해 네 명의 여성 임원이 있고, 생명보험사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라이나생명은 전체 임원 26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증권사에서 여성 임원 1호 타이틀을 달았던 사람은 박미경 한화투자증권 PB전략팀 상무다. 그러나 그는 개인 사정으로 지난 7월 사의를 표명했다. 증권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리서치센터장이던 이원선 전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도 지난 6월 KDB대우증권 퀀트 팀장으로 이직하며 임원 타이틀을 반납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2009년 김유경 알리안츠GI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업계 최초로 본부장 타이틀을 단 사례다. 김 본부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자산운용이 민수아 펀드매니저를 가치주식운용본부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말 삼성운용의 조직 슬림화로 ‘본의 아니게’ 본부장에서 가치주식운용팀장으로 직급이 바뀌었다.

 운용사에서는 여성 임원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워낙 펀드매니저 일이 ‘험하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중간에 그만두는 여성 인력도 많아 업계 자체가 여성을 끝까지 키워줄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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